'분쟁조정' 취미라던 김성태, 단식투쟁.. "돈키호테식 리더십"

김미영 2018. 5. 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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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이 취미·특기라고 밝혔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부터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돗자리를 펴고 '노숙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한국당이 지난 17일부터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에서 응답이 없자 '단식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일각에선 '돈키호테식 리더십'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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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해야".. 3일부터 국회서 무기한 노숙단식투쟁
'커진 존재감'.. 탈당 이력 완전히 씻고 차기 당권주자 입지 다질 수도
일각선 "뜬금 없고 무모"..김성태 "나는 본능적으로 행동주의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분쟁조정’이 취미·특기라고 밝혔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부터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돗자리를 펴고 ‘노숙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한국당이 지난 17일부터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에서 응답이 없자 ‘단식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일각에선 ‘돈키호테식 리더십’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원하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등과 연계하지 않은,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과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대표실에서 ‘밀실 단식’을 해 ‘진정성’을 의심받았던 점을 염두에 둔 듯, 김 원내대표는 단식을 예고하던 3일 기자들에게 “모두가 다 지켜보는 데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단식 결과는) 계산하지 않겠다. 20여년 넘게 노동현장에 있으면서도 제가 계산하면서 노동운동 지도자의 길을 걸은 적 없다”고 시종 결연한 모습이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김 원내대표의 목숨을 건 투쟁은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나게 만들 것이고,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청와대와 민주당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김 원내대표의 단식을 ‘목숨 건 투쟁’으로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반응은 싸늘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3선 의원을 하면서 협상상대가 이렇게 무작스럽게 상식에도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처음 봤다”며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자고 하니, 그날 낮에 단식하는...”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어젯밤 잠을 못 잤다”며 “협상을 하자고 얘기해놓고 단식에 들어가니 화가 굉장히 많이 났다. 막가파식 정치파업이 끝내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렸다”고 분노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평소 취미·특기라고 밝혀온 ‘분쟁조정’을 포기하고 단식투쟁이란 강수를 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드루킹 특검 관철을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슈로 무게추가 급속히 쏠린 국민적 관심을 다시 드루킹 특검으로 돌리고자 하는 시도로, 정부여당에도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단 계산이다. 민주당에서 특검을 수용한다면 김 원내대표의 투쟁은 더욱 빛을 보게 된다.

여기에 ‘정치인 김성태’를 중심으로 보면, 바른정당으로의 탈당 전력을 모두 털어내고 당내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차후 당권을 넘볼 만큼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강성보수파에겐 ‘뚝심 있는 한국당맨’으로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원식 원내대표처럼 다소 ‘뜬금없이 무모한’ 단식 돌입이란 부정적 시각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천막투쟁도 그렇고, 단식은 더더욱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려 택하는 방식”이라며 “권력을 가진 야당 원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야지, 약자들의 투쟁수단을 써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에겐 어필할 수 있어도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무모해 보인다”며 “김 원내대표가 ‘돈키호테식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 원내대표가 2009년 펴낸 ‘서민의 희망을 디자인하다’ 책에서 자신을 “본능적으로 행동주의자”라고 표현한 점은 새삼 눈길을 끈다. 그는 “‘한번 마음 먹으면 물불 안 가리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의 사나이’ 많은 지인들이 나를 그렇게 규정한다”고 소개했다.

김미영 (bomn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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