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못하고 손·발 마비..일본에서 패류독소 '맹위'

윤희일 선임기자 2018. 5. 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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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에서 패류독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패류를 먹은 사람이 손·발 마비 등의 중독 증상을 보여 입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4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大阪) 등에서 조개를 먹은 뒤 패류독소 중독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바지락과 진주담치(홍합과의 패류) 등을 먹은 30~60대 남녀 4명이 손발이 저리는 증상을 보여 이 중 3명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시에서도 진주담치를 먹은 70대 남성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역시 병원에 입원했다.

기준치 이상의 패류독소가 검출된 홍합.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채취돼 것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도쿠시마(德島)현에서 채취한 굴에서는 체중이 60㎏인 사람이 먹을 경우 숨질 수도 있는 고농도의 패류독소가 검출되기도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오사카에서는 기준치보다 42배나 높은 독성을 가진 바지락이 발견됐다.

이처럼 패류독소 피해가 잇따르자 지자체들이 패류의 출하를 잇따라 규제하고 있다. 올 들어 패류독소 중독을 우려해 패류 출하를 규제한 사례는 오사카, 효고, 도쿠시마 일대를 중심으로 56건에 이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패류 출하 규제 사례가 지난해의 2.6배로 늘어나는 등 1993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패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지역의 패류에서 고농도의 패류독소가 검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효고현의 하리마나다(播磨灘) 해역의 경우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조개와 굴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패류독소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전국의 패류 양식장 등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기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미야기(宮城)현 중북부연안의 경우 가리비에서 높은 수치의 패류독소가 검출되면서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사카부립 환경농림수산종합연구소 수산기술센터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빠른 2월 초순부터 패류독소의 원인이 되는 플랑크톤이 생겨나면서 패류독소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의 남해안을 덮친 패류독소는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패류독소가 기준치(0.8㎎/㎏)를 넘어선 지역이 가장 많을 때는 40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31곳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채취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던 홍합, 굴, 바지락, 미더덕, 개조개, 키조개, 가리비,피조개, 멍게 등 9개 수산물 가운데 피조개와 키조개 등 2개 수산물에 대해서는 채취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패류독소는 패류 등이 매년 봄철에 대량 번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이후 독성성분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패류독소가 많이 함유돼 있는 패류를 먹는 경우 식중독이나 근육마비·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패류독소가 기준치 수준인 홍합을 300개 정도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2001년 이후 패류독소에 의한 식중독 사고나 사망 등의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조심만 하면 패류독소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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