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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서 생존법’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 | 크고 가깝고 멋있고 재밌고 쿨~하게 방구석 엄지족들도 “어머! 여긴 가야 돼”

  • 노승욱,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8.05.04 09:13:52
  • 최종수정 : 2018.05.04 09:32:07


“우리는 현재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의 세계로 가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3년(2020년) 내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에 진입할 것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바야흐로 ‘오프라인 수난시대’다. 갈수록 온갖 거래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수렴되는 추세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4.6%에서 2016년 17%, 2017년 19.2%로 늘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20%를 웃돌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감소세를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은 매년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시장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 오래다. 이마트는 지난해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과 하남, 평택 부지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 3월 일산 소재 덕이점을 추가로 매각했다. 롯데백화점도 인천점·부평점·안양점을, 홈플러스는 서울 강서점에 이어 부천 중동점 폐점을 추진 중이다. 대신 이들은 온라인몰 사업 전담 법인을 신설하거나 옴니채널 전략 등을 앞세워 ‘온라인 이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이제 끝난 것일까. 모바일 온리를 넘어 AI 퍼스트로 접어드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색다른 전략으로 생존게임에 나선 오프라인 매장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더 크고 더 멋진 플래그십 전성시대

▷아시아 최대는 기본…체험 공간에 사활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불황기에는 너도나도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간소화하기 마련. 하지만 오히려 ‘대형화’ ‘고급화’를 내거는 업체들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특장점인 ‘체험 공간’을 확보하고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게 골자다.

헬스앤뷰티(H&B) 전문점 롭스는 최근 초대형 매장을 열었다. 서울 이태원에 들어선 이 매장은 860㎡(약 260평) 규모로 기존 롭스 매장 평균 면적(약 50평)보다 5배 이상 크다. 당연히 상품 종류도 1만여가지로 가장 많다. “경쟁력을 높이는 일환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매장을 대형화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는 게 롭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초대형 매장에 힘을 쏟고 있다. 강남대로에 위치한 언더아머 브랜드 하우스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600평)를 자랑한다. 규모에 걸맞게 언더아머의 다양한 라인업뿐 아니라 국내 미공개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의 플래그십 매장 ‘어라운드3000’에는 4개 층에 걸쳐 로드바이크, MTB, 전기자전거 등 삼천리자전거의 모든 제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자전거 프레임 크기와 안장 높이를 소비자에게 맞춰주는 피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엔제리너스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3층 식당가에 스페셜티 커피와 프리미엄 차(Tea)를 선보이는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매장 규모는 42평 70석 정도로 기존 매장과 비슷하지만 서비스는 업그레이드했다. 미국 커피품질협회가 인정한 세계 상위 7%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 3종은 물론, 뉴욕 프리미엄 차(茶) 전문 브랜드 ‘타바론’을 즐길 수 있는 ‘티 바(TEA BAR)’도 신설했다. 차 종류만 17종으로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몇 배나 다양하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최근 커피 외 음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차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매장 오픈 이후 관광객들과 업계 종사자들도 호기심을 느끼고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무인양품은 그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주로 롯데 유통점에 입점하던 전략을 깼다. 지난 2013년 강남대로에 플래그십 매장을 처음 열었고 올 2월 말에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 초대형 매장을 열었다. 총 5개 층으로 이뤄진 매장 면적만 약 500평으로 강남점(270평)보다 2배가량 넓다. 무인양품 매장 중 국내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여의도 IFC몰 안에 340평 규모로 대형 매장을 내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서울 종로타워에 ‘스타벅스 더종로점’ 문을 열었다. 총 2개 층에 332평 규모로 국내 스타벅스 매장 평균 면적(80평)의 4배 이상 넓은 국내 최대 규모다. 폭만 25m에 이르는 바(bar)까지 설치해 커피와 차를 내린다. 스타벅스 차 브랜드 특화 매장 ‘티바나 인스파이어드’와 고급 원두로 맛을 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리저브 매장인 ‘커피 포워드’ 서비스를 동시에 갖춘 곳은 국내에서 더종로점이 유일하다.

엔제리너스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 중인 플래그십 매장(위), 분당에 위치한 대형 빵집 ‘망캄’ 3호점 내 상어수족관(아래).

엔제리너스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 중인 플래그십 매장(위), 분당에 위치한 대형 빵집 ‘망캄’ 3호점 내 상어수족관(아래).



▶어린이 잡으면 어른은 딸려온다?

▷상어수족관·아이용 장바구니까지

어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어린이 고객을 먼저 포섭하는 것도 방법이다.

분당에 위치한 대형 빵집 ‘망캄’ 3호점은 최근 ‘상어송’이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자 매장 안에 ‘상어수족관’을 들여놨다. 여기에 아기곰과 망아지 등의 얼굴이 그려진 영유아용 의자도 갖다놨다. 만화로만 보던 아기 상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실물로 보여주니 아이와 학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

이바돔감자탕은 외식업계 최초로 매장 안에 초대형 놀이방 ‘키즈랜드’를 설치했다. 전체 150여개 매장 중 60%가 키즈랜드를 무료로 운영한다. 키즈랜드는 작게는 5~15평, 크게는 50평 가까이 된다. 웬만한 키즈카페 못잖은 규모다. 유영택 이바돔감자탕 통합마케팅팀 차장은 “키즈랜드는 아이는 물론, 어른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놀면 어른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키즈랜드와 인접한 ‘가족석’에서 또는 모니터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다. 이는 이바돔감자탕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만들게 된 것”이라며 “키즈랜드 덕분에 초등학생들도 이바돔감자탕을 잘 알게 됐다. 이들은 미래의 잠재 고객으로서 성인이 되면 다시 자녀를 데리고 이바돔감자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즈 멀티스토어 ABC마트는 최근 어린이용 매장 ‘ABC키즈마트’를 선보였다. 잠실 롯데월드몰 4층에 위치한 ‘ABC키즈마트 잠실롯데월드몰점’은 키즈&맘(kids& Mom) 콘셉트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신을 수 있는 커플 슈즈를 제안한다. 매장 곳곳에 재미 요소를 추가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꾸며진 점이 특징이다. 연내 3개점, 내년에는 15개점 이상 오픈을 목표로 하며 신발 외에도 가방, 용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ABC마트 관계자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키즈 시장을 공략하고자 엄마와 아이를 위한 단독 키즈 매장을 최초 론칭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아예 어린이용 장바구니를 따로 마련한 가게들도 성업 중이다. 장바구니 색깔도 파란색과 핑크색 두 가지여서 남아용, 여아용으로 구분해놨다. 마치 어린이도 장을 보러온 엄연한 고객으로 대우해주는 듯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용 장바구니가 있으면 아이들도 부모와 장 보러 가는 데 동행하기 쉽고 제 장바구니에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담으면 객단가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배달 넘어 도심·로드숍 진출

고객이 안 찾아오니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속속 생겨난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키친’은 홀도 카운터도 없이 주방만 있는 신개념 배달 전문식당이다. 어차피 고객이 잘 안 오니 홀 공간을 과감하게 없앴다. 일반적으로 식당은 고객용 공간이 전체 매장의 75%에 달한다. 이 공간이 사라지니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점포 보증금·권리금·인테리어비·임차료(월세)는 물론, 서빙·매장 관리에 필요한 직원 인건비도 절감됐다. 창업 비용이 일반 식당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면서도 상권은 더욱 넓어졌다. 배민키친의 배달권은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이 지역 배후인구만 총 50만명이 넘는다. 가게는 더 작아졌지만 잠재 고객은 훨씬 많아진 셈. 배달음식이 일상화된 덕분에 매출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지난해 대비 주문 건수 증가율이 50%에 육박한다. 배달의민족은 반응이 좋아 배민키친을 3호점까지 열었고 후속 출점을 준비 중이다.

가구전문점 이케아는 서울에 도심형 소형 매장 출점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간 광명점, 고양점 등 도심 외곽에 교외형 플래그십 매장을 내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케아는 이미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에서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더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이케아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서울 같은 복잡한 도시 한복판에 소규모 도심형 매장을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에 이 같은 형태의 매장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교외형 매장도 계속 열기는 하겠지만, 멀리까지 오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도심형 접점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케아 도심형 매장은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주방, 침실만을 주제로 하는 등 취급 품목은 축소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지역 상권에 특화된 가구 카테고리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전용 브랜드들도 고객을 찾아 길거리로 나섰다. 시코르, 노브랜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전용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로드숍 진출이 잇따른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시코르 강남역점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센텀시티점, 강남점 등에 이은 국내 여섯 번째 매장이지만 로드숍으로는 첫 번째 매장이다. 하루 유동인구만 25만명이 넘는 지역에 위치하며 강남 지역 K뷰티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다. 충청권 첫 시코르 매장이자 두 번째 로드숍인 대전 둔산점도 지역 중심 상권에 위치해 일평균 1000명이 방문하는 등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시코르는 현재 목표 매출 대비 20%를 초과 달성 중이다. 최근 10호점을 돌파했고 연내 2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PB로 시작한 노브랜드는 최근 로드숍 매장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110호점 가까이 출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고 최근 초저가 할인점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로드숍 매장을 늘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 전용 브랜드였지만 로드숍으로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시코르’

백화점 전용 브랜드였지만 로드숍으로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시코르’

인터랙티브 축구 게임 체험존을 마련한 아디다스 브랜드센터.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시범 운영한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 (사진 : 윤관식 기자, 아디다스·이마트 제공)

인터랙티브 축구 게임 체험존을 마련한 아디다스 브랜드센터.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시범 운영한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 (사진 : 윤관식 기자, 아디다스·이마트 제공)



▶AI·VR 등 신기술로 유혹하라

▷자율주행카트·스크린축구로 차별화

요즘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최신 기술을 어떻게 매장에 접목할 것인가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을 ‘글’로 배운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해보려는 니즈가 높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쇼핑카트 ‘일라이’를 트레이더스 하남에서 시범 운영했다. 이마트가 지난 1년간 자체 기획·개발한 스마트카트다. 사람이나 상품 무게 등을 인식하는 센서와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고 상품이 있는 자리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고객과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다닐 수 있다. 카트에서 바로 결제도 마치면 돼 계산대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상품을 고른 즉시 바코드를 읽히고 합계 금액을 결제하는 식이다. 손님이 쇼핑을 마치면 스스로 충전소로 돌아간다. 카트 내 LCD 화면을 통해 전단 상품 등 쇼핑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안내받을 수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월 채용박람회에서 “(일라이) 시범 운영 뒤 부족한 점을 보안해 3년 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라이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인건비 상승 등 중장기 영업 환경에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시범 운영이 진행된 지 나흘 만에 일라이는 SNS 스타로 등극했다. 신세계로서는 목적한 바를 이미 달성한 셈.

아디다스 강남 브랜드센터(총 334평 규모) 3층에는 축구와 농구를 중심으로 스포츠를 체험해보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인조 잔디 위에서 인터랙티브 축구(스크린 축구) 게임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매장 한쪽에는 농구 서전트 점프 능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온라인 매장이 대세로 자리 잡을수록 소비자가 모든 제품을 한곳에서 체험해보는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스포츠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業)의 경계를 확장하라

▷책만 팔던 서점, 라이프스타일 제안자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안 쓰고 놀리는 유휴 공간만큼 ‘비효율’이 또 있을까. 손님이 찾지 않아 매출 감소를 겪던 오프라인 서점이 대표적이다. 수백만 장서를 소장한 대형 서점들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온라인 서점의 책 창고보다 더 먼지가 쌓이기 일쑤였다. 이에 서점들은 책과 함께 다양한 아이템을 함께 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2015년 10월 대형 서가 12개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책 읽기 좋은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두면 방문객들이 책은 구매하지는 않은 채 읽기만 하고 떠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물론 빈손으로 떠나는 방문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꼭 책이 아니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매대(핫트랙스 등)에서 음반, 노트, 만년필, 굿즈(테마 상품) 등을 구매하고 떠났다. 책을 읽다가 서점 내 커피숍 ‘카페자우’에서 음료를 사 마시기도 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한 지 1년 후인 2016년 교보문고는 52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줄곧 매출 감소로 고전하다가 4년 만에 매출이 반등한 것. 지난해에는 5450억원(전년 대비 3.7% 증가)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월평균 방문객 수도 13.2% 증가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담당자는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책만 팔던 서점이 ‘유인 판매 효과’를 거두는 공간으로 진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노른자위 땅 한복판에 수익성이 전혀 없는 도서관을 만들어 매출을 끌어내는 쇼핑몰도 있다.

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점은 지난해 5월 말 쇼핑몰 한가운데에 있는 850평 규모 공간을 책 5만권과 600가지 잡지를 구비한 대형 도서관 ‘별마당’으로 꾸몄다. 이곳에서 방문객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매주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하거나 댄스·클래식 공연을 열기도 한다. 모든 관람은 무료다. 이색 공간 활용으로 ‘만남의 장소’가 되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스타필드 코엑스점에 따르면 별마당이 들어선 이후 코엑스몰 입점 매장들의 일평균 방문객 수가 5% 증가했다. 특히 별마당과 가까운 매장은 방문객이 10%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오프라인의 진화 언제까지?

▷‘특색 있는 매장만 생존’ 대세는 불변

전문가들은 이제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대세인 만큼, 특색이 없는 오프라인 매장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살거리만 찾아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쇼핑을 하면서 재미와 볼거리, 즐길거리도 함께 찾는다. 수년 전부터 유통점들이 점포 대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볼거리라도 제공하는 게 좋다. 소규모 카페 한쪽에 미니 갤러리를 만들어 봄에는 꽃 주제로 사진전을 열거나 예쁜 그릇에 담아 음식을 내고 그릇을 팔기도 하는 식의 변화를 줘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쇼핑의 강점을 오프라인에 접목하는 역발상 전략도 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FC창업코리아 대표)은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접목시켰다. 일반 자영업자라면 맛집 정보 사이트에 입점하거나 SNS로 광고를 하는 식의 마케팅이 필수다. 찾아보면 무료 또는 전단지를 뿌리는 것보다 저렴한 온라인 마케팅 방법이 많다. 잘만 하면 매출의 10~20%는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익 식신 대표(한국푸드테크협회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간 오프라인 매장은 입지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맛집 추천 앱, 지도 앱 등의 발달로 가게 찾기가 쉬워진 만큼 비싼 월세를 내고 좋은 상권에 들어가는 대신 SNS 마케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안병익 대표는 “SNS에서 시선을 끌려면 무조건 ‘비주얼’이 중요하다. 제주도의 핫한 카페나 식당은 음식 맛은 평범한데 팥빙수를 한라산 모양으로 만드는 등 플레이팅(접시에 담기)을 먹음직스럽게 잘해놓은 곳들이 많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분위기 있어 보여 소비자들이 좋아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를 원한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그럴 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준다면 가게가 다소 멀더라도 기꺼이 찾아가 SNS에 공유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노승욱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6호 (2018.05.02~05.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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