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기지역 공천 파열음 '적신호'..분열·갈등 조장

김경호 2018. 5.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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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당내 경선 특정후보 지지선언 줄세우기 의혹
공천심사에 국회의원 입김 작용 지역 갈등만 증폭
【수원=뉴시스】이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53명이 13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로 같은 당 전해철(안산상록갑) 국회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2018.03.13. lji22356@newsis.com

【수원=뉴시스】김경호 기자= 6·1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역 공천 파열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생긴 당원 간 갈등도 심각하다.

민주당 내부와 권리당원들마저 '오만해진 민주당'이라는 비판에 대해 자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을 빗대어 정치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초단체장 후보와 시·도의원은 지역위원장의 '갑질'과 경기도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공천심사를 비판했다. 들쭉날쭉한 잣대로 공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여기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현역 시·도의원들의 잇따른 전해철 전 도당위원장에 대한 지지선언이 공천과 연관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원지역 한 권리당원은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고 공천심사와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나왔다"며 "국민들이 탄핵으로 대통령을 선택해 여당이 됐는데 우리 당이 잘 해서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했다.

◇ 달라진 룰…국회의원의 입김 작용했나

민주당 경기도당 공관위는 지난 2월26일 첫 출발부터 국민의 눈 높이와 도덕적 검증을 강조했다. 그런데 공관위는 스스로 달라진 룰을 만들었다. 2010년, 2014년 지방선거 때와 다르게 말이다.

당시 공관위원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위원장은 면접심사 과정에서 자기 지역과 관련한 심사에는 참석하지 못 했다. 예컨데 의왕지역 국회의원이 공관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자기 지역 기초단체장 후보, 시·도의원 후보들의 면접 심사에 참석할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뉴시스】김지호 기자 = 9일 오전 경기 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안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6·13 지방선거 안산시의회 예비후보들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04.09 kjh1@newsis.com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해당 공관위원이 자기 지역 면접심사 과정에서 발언은 자제했지만 참여는 했다. 다른 공관위원들이 면접심사 과정에서 그 지역위원장이 참석해 보고 있는데 해당지역 후보들에게 예리하고 깐깐한 질문을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질문에 따라 컷오프냐 공천이냐가 엇갈릴 수도 있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인 공관위원들끼리 서로의 지역 후보 가운데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로 짜고 집중 질타를 하는 속칭 '품앗이'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4월7일 김성제 의왕시장에 대한 공관위 면접이 진행됐다. 그런데 지역구 국회의원인 신창현(경기 의왕·과천) 의원의 김 시장 컷오프 발언이 흘러나왔다. 김 시장과 지지자 100여 명이 4월 8일 경기도당에 항의방문을 갔고, 신 의원의 갑질을 비난했다. 당시 김 시장은 '품앗이' 의혹을 제기했었다. 결국 재심이 수용되지 않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3선에 도선하는 곽상욱 오산시장과 안민석(경기오산) 국회의원의 불화설은 이미 지역에서 오래된 얘기다. 공관위원이 아닌 안 의원은 공관위에 끊임없이 문제제기와 컷오프를 요구했다. 경기도당에 투서도 많이 들어갔다.

결국 곽 시장과 안 의원이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영근 예비후보사이에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친구사이인 곽 시장과 안 의원의 불화는 지역 내에서 같은 당끼리의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안고 있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신창현 국회의원이 지역에서 계속 나를 씹고 공격해 왔다"며 "그런데 공관위에서 다른 위원이 아예 작정하고 공격했다. 검찰, 감사원 등 어느 곳에서도 입증된 게 없다. 서로 짜고 (공천) 한다는 느낌이 짙었다"라고 말했다.

◇ 하나씩 발표한 공천결과…당내 경선 특정후보 지지선언 의혹

이번 공천심사와 관련해 또 달라진 게 있다. 2010년, 2014년 공천심사 결과를 모두 한꺼번에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이미 심사를 끝내 놓고도 하나씩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전해철 전 도당위원장을 도지사 후보로 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표를 늦추면서 시간차를 두고 충성도 검증이나 줄세우기를 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여기다 지지선언과 공천심사 결과를 하나씩 발표한 것에 대한 연관성을 놓고 의혹도 제기됐다. 2010년 경기도지사 경선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치렀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당이어서 당내 지지선언이 무의미했다.

하지만 2014년 민주당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의 경우 김진표·원혜영·김상곤 후보가 참여했는데 현역 시·도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선언하는 일은 없었다.

【수원=뉴시스】 장태영 기자 = 8일 오후 2시10분께 경기 의왕시 김성제 시장과 의왕지역 더불어민주당 당원 등 100여명이 수원시 소재 경기도당에 방문해 같은 당 소속 신창현 국회의원(의왕·과천)의 공천심사위원회 사퇴 등을 요구했다.김 시장은 "신창현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 의왕시장 공천 후보에서 자신을 떨어뜨리겠다는 발언을 한 의혹이 제기되 항의방문 했다"라고 말했다. 2018.04.08 jty1414@newsis.com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 전해철 전 도당위원장이 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다. 그런데 현역 시·도의원들은 정책이나 공약도 아닌 일방적인 지지선언을 잇따라 이어갔다.

경기도의원 66명 가운데 53명이 3월13일 처음으로 전해철 지지선언을 했다. 다음 날인 14일 수원시의원 16명 가운데 12명이 지지선언을 이어갔다. 그 뒤 각 시·군의 시장 예비후보와 시·도의원, 권리당원들까지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경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지지선언은 전 도당위원장에게만 집중됐다. 하지만 4월18~20일 치러진 경선결과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여론조사는 물론 권리당원에서도 앞섰다.

이 때문에 조직력을 앞세워 이기겠다며 지지선언과 네거티브를 집중 공략한 전해철 선거캠프는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괜히 국민이나 권리당원의 심리조차 읽지 못한채 당내 갈등과 분열만 조장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 측 한 지지자는 "같은 민주당끼리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선언도 일방적인데다 네거티브도 심했다"며 "저렇게 심하게 했는데 경선이 끝나면 합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경기도의원은 "캠프 측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도 했고, 눈치를 보느라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친문(친 문재인)'이라고 너무 심하게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일을 바라지 않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라고 했다.

k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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