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합팀 시범경기 때 국제탁구연맹 회장이 즉석 제안
[경향신문] ㆍ단일팀 전격 성사 막전막후
ㆍ남북 탁구인들 ‘한마음’ 화답…연맹도 참가국 동의 얻어
ㆍ한국시간 새벽 남북 탁구협회 거쳐 양측 당국 급히 조율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도중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한 여자탁구 단일팀 구성은 파격 중의 파격이다. 현정화·리분희 등이 힘을 모아 세계 정상에 오른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은 사전에 수차례 열린 남북체육회담을 통해 성사됐고, 두 번째 단일팀이 구성되는가 싶었던 2001년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선 최종 합의 직전에 양측의 미묘한 의견 차이로 단일팀이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남북한 탁구협회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현지에서 ‘단일팀’이 전격적으로 구성되리라곤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대신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탁구연맹(ITTF) 평양오픈에 한국선수단이 참가하고, 이후 8월 제주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북한선수단이 참가하는 문제와 함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에 따라 활발해질 남북한 체육 교류에 27년 전 지바에서 단일팀의 감동을 선사한 탁구가 앞장서자는 뜻이었다. 즉석에서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단일팀 구성은 남북한 탁구인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는 뿌리 깊은 ‘형제 의식’이 뒷받침된 것이다.
분위기는 남북한 여자팀이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지난 2일 오후 ITTF가 주최한 ‘ITTF 재단창립 기념식’에서 급격히 바뀌었다. 한국 대표팀은 예선 D조에서 5전 전승을 거둬 일찌감치 8강에 올라 있었고, 북한은 이날 러시아전을 승리하면서 남북한의 준준결승 대결이 성사돼 3일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ITTF의 초청을 받은 남북 대표팀은 기념식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즉석에서 양측 선수단이 뒤섞인 연합팀으로 시범경기를 벌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시범경기는 ITTF 재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ITTF에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시범경기 후 즉석에서 남북한이 이번에 단일팀을 이루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갔다.
ITTF 토마스 바이케르트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유 위원과 북한의 주정철 탁구협회 서기장을 불러 남북한이 8강전을 치르지 말고 단일팀으로 4강에 오를 것을 제안했다. 한국 5명, 북한 4명의 선수 전원이 엔트리에 들고 지도자 모두가 벤치에 앉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한국시간 3일 새벽에 이뤄진 전격 제안에 남북한 탁구팀은 분주히 움직였다. 대한탁구협회를 거쳐 이날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와도 협의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북한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사이 바이케르트 회장은 4강전 또는 그 이상의 상대가 될 다른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내며 적극적으로 단일팀 성사를 지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같은 독일 국적의 바이케르트 회장은 지난 2월 바흐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평창 동계올림픽에 다녀가면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의 화합 분위기에 큰 감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합의를 마친 남북 양측은 8강전 맞대결이 예정돼 있던 3일 오후 5시(현지시간 오전 10시)에 경기장에 입장해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깜짝 발표’를 통해 단일팀 구성 사실을 알렸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바이케르트 회장은 “하나 된 코리아, 이것이 탁구의 힘”이라며 뿌듯해했다. 유 위원은 “이 같은 전격 합의를 이루게 돼 뿌듯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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