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조연들..도보다리 행정관, 김구 냉면상 그리고 MPC

최경민 기자 2018. 5.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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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도보다리, 윤재관 행정관 아이디어..만찬상은 황교익씨가 기획

2018 남북정상회담은 완전한 비핵화와 올해 내 종전선언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주연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지만, 조연들도 있다. 주연들이 멋지게 '판문점 선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도보다리 회담 △평양냉면 만찬 △생생한 생중계의 분위기를 만든 이들이다.

윤재관 청와대 행정관.




◇도보다리 회담, 윤재관 행정관=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진행된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문 대통령에게 참모들이 보낸 응원이었다.

박수는 큰 키의 40대 행정관에게 한 차례 더 쏟아졌다. 의전비서관실의 윤재관 행정관이었다.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와 같았던 '도보다리 회담'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획한 장본인이다. 문 대통령도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그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고 호평했다.

첫 아이디어는 양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함께 산책을 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왔다. 직선으로 습지를 지나가던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만들어서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산책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

윤 행정관은 소나무 식수 현장에서 도보다리까지 양 정상이 걷기 때문에, '앉을 곳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벤치를 만드는 등 장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본 양 정상은 그 벤치에 앉아 산책을 회담으로 전환했다. 30분 넘게 이야기를 한 것은 양 정상의 선택이었지만, 적절한 장치를 놓은 게 윤 행정관이었고, 이런 꼼꼼한 기획력에 문 대통령도 박수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구성한 '김구 냉면상'=남북 정상회담의 만찬 메뉴는 돋보였다. 김대중(전남 신안), 노무현(경남 김해), 윤이상(경남 통영), 정주영(충남 서산)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을 상징하는 지역의 특산물로 구성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기획한 메뉴였다.

특히 평양 옥류관 냉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북측은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에 파견해 냉면을 대접했다. 냉면은 백범 김구 선생을 연상케 하는 음식이었다. 김구 선생이 1948년 분단을 막기 위해 평양에서 김일성과 담판을 짓다가, 밤에 숙소에서 몰래 빠져나와서 냉면을 먹었다는 기록에서 착안했다. 신안의 민어·해삼으로 만든 개성식 만두, 정주영 서산농장의 한우 숯불고기 등, 냉면상을 차리듯 메뉴가 구성됐다.

하지만 옥류관 냉면을 가져오는 것은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황씨는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그걸 생각했고, 북쪽에서 흔쾌히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리측이 구성한 만찬상에 북측이 메인요리를 가져오게 배려한다는 의미도 생겼다.

김 위원장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멀리서 온…멀다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풀 수 있게끔 만든 장치가 됐다.

◇'백미' 생생한 생중계 만든 MPC=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3일 판문점선언이행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두 정상의 솔직한, 격의 없는 대화가 백미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생중계를 통해서 전달된 그 느낌, 그것을 국민들이 다 공유하셨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생중계의 힘이 곧 메시지였다는 의미다.

실시간 생중계가 가능했던 것은 경기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 덕이다. 축구장 1개 크기의 약 1만㎡ 에 달하는 규모로 3000명이 넘는 기자들이 2박3일 동안 판문점에서 송출·전달된 영상, 텍스트를 바탕으로 실시간 뉴스를 쉴새없이 전했다. 기자들은 영상이 나오자 마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속보를 쏘기도 했다.

이번 MPC는 생중계 등 특수성으로 인해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비해 7배 가량이나 커진 규모였다. 총 38개국, 374개 언론사(내신 176개·외신 198개)의 기자들이 모인 인종의 전시장이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낙점된다면 킨텍스 MPC도 재구성될 것이다. 이 경우 남북 정상회담에 비해 2배 정도 규모의 MPC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양=뉴시스】박진희 기자 = 3천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발표를 취재하고 있다. 2018.04.27.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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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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