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승계 작업에 어떤 역할을 했길래?

석혜원 2018. 5. 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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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그 해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했다. 이 합병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두 회사의 가치 비교가 잘못됐다는 건데, 이 논란의 중심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3%를 갖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다시 들여다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렸고, 이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이어져,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데 유리하도록 작용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 어땠길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자. 두 회사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로 비율로 매겨졌다. 제일모직 주식을 삼성물산 주식보다 3배가량 비싸게 쳐 두 회사를 합치겠다는 것이다. 각각 상장사의 주가(시가총액)를 근거로 산정한 비율이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이 비율을 문제 삼는다. 삼성물산이 주가는 낮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제일모직보다 훨씬 많아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싸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 주식을 23%나 가지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다.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식을 비싸게 쳐줄수록 크게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 그룹 내 지배력을 확보한다.

3천억 원 투자한 기업이 4조 8천억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살펴보자. 2011년 설립된 이 기업은 연속 적자에 허덕인다. 5년간 누적 적자는 5천500억 원에 달했다.

2015년 반전이 일어난다. 그 해 2,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 1조 9,0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군다.

회사가 3,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4조 8,000억 원으로 재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기업의 가치가 늘어난 배경에는 회계처리가 있다. 자회사관계회사로 바꾸면 자회사에 투자했던 돈을 시장 가격으로 환산해 반영할 수 있다.

즉, 3,000만 원을 투자한 자회사는 회계장부상 투자금으로만 기록되지만, 이 회사가 '관계회사'가 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갑자기 왜 '관계회사'로 바꿨는지다. 금감원이 분식회계로 판단한 대목이다.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성 뒷받침 위해 분식회계"


시민단체들도 이 부분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올라가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따라서 올라가며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핵심 근거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 "분식회계 아니다" 즉각 반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런 해석에 손사래를 친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외부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일 뿐 분식회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더는 자회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함께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권리를 가진 바이오젠이 회사 지분을 늘리면 지배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 이재용 승계 재평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회계 처리상 위반이 있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해당 내용을 회사와 회계법인에 사전 통지했다.

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에 따른 제재는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 심의와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회계처리 위반으로 결론이 날 경우, 과징금 추징 또는 임원 해임, 검찰 고발 조치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후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고발 조치가 나오고,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 넘으면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대상이 되면 거래가 정지되고, 15일 이내에 실질심사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린다.

결과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단락됐다고 여겨졌던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그룹 경영권 승계의 적법성 여부도 다시 따져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혜원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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