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금괴 홍콩→한국→일본 밀거래 조직 무더기 적발

조아현 기자 2018. 5. 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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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환승구역 범죄 첫 처벌 사례.. 부당이득만 400억원
피의자들이 홍콩 현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괴. 이들은 자신의 아지트 또는 주거지에서 보관중이던 금괴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서로 공유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제공)© News1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금괴 4만여개를 홍콩에서 국내 공항 환승구역으로 몰래 들여와 일본으로 밀반출해 4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한국인 조직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2014년 일본 소비세가 인상하면서 금 시세차익을 노리고 홍콩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구역으로 밀반입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었으나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처벌사례가 없었다.

공항 환승구역의 경우 출국 대기장소이기 때문에 물품을 반입하더라도 밀수에 해당하지 않아 세관 단속 권한이 미치지 않았다.

이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 국내 공항이 홍콩에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금괴 밀수의 주요 통로가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조대호)는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자금조달 담당 A씨(53)와 운반조직을 총괄한 B(46) C(55) D씨(45)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운반담당자를 모집하고 관리한 E씨(46·여)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약 1년 6개월동안 금괴 4만여개를 홍콩에서 국내로 밀반입 한 뒤 한국인 여행객을 이용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외국물품을 보세구역인 공항 환승구역에서 해외로 반출하려면 반송신고를 해야하는데도 금괴 4만여개를 일본으로 몰래 반출시킨 점을 토대로 법리를 검토했다.

피의자들은 국내 관세법상 처음으로 밀반송 규정이 적용돼 구속됐다.

A씨 등은 홍콩에서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환승객으로 가장한 뒤 국내 공항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만나 금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수법은 조직적이었다. 이들은 금괴를 매입하고 전달하는 역할과 금괴 운반자 모집 역할, 금괴 운반자 인솔자 역할로 각각 나눠 맡은 임무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면서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갔다.

피의자들이 금괴를 홍콩에서 국내 공항으로 밀반입해 일본으로 가져간 범행 구조도.(부산지방검찰청 제공)© News1

특히 자금 조달을 담당하거나 금괴 운반자 모집을 총괄하면서 범행을 계획한 주범 피의자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은 일본 관세청이나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운반에 동원된 한국 여행객들만 처벌을 받는 구조로 범행을 지속했다.

구속기소된 주범들은 국내 관세법으로 과거에 자신들이 처벌되지 않자 오히려 금괴를 운반한 한국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때문에 국내공항 환승구역에서 개당 시가 5000만원에 달하는 금괴가 하루평균 200여개이상 반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지난 1년 6개월동안 금괴 4만여개를 밀수해 거둬들인 순수익만 모두 400억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금괴 소유자 또는 지분권자였던 피의자들은 금괴 1개당 시세차익으로 최소 110만원 이상을 챙겼지만 소득세 등을 전혀 내지 않았다.

주범으로 꼽혀 구속기소된 피의자 A, B, C, D씨의 포탈세액은 각각 44억원, 4억원, 5억원, 5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A씨가 거주하는 국내 아파트에서는 현금 100억원, C씨의 주거지에서는 현금 25억 5000만원이 발견돼 압수조치됐다. C씨는 홍콩에 마련한 아파트에 추가 범행을 위해 금괴를 보관해놓았고 피의자들은 각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금괴 사진을 찍어 다른 피의자들과 SNS로 공유하기도 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금괴 판매수익 가운데 20억원으로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한 산업단지에 암호화폐 채굴장을 만들어 1085개의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직접 채굴한 뒤 거래소에 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거래소에 보관하고 있던 암호화폐 '이더리움'도 모두 추징보전했다.

피의자들은 2016년 한 해동안 인터넷을 통해 '일급 50 일본여행 알바'라고 광고글을 올리고 항공권, 숙소, 교통패스, 여행경비 제공 등 공짜여행으로 유혹해 한국인 여행객 5000여명을 대규모로 모집했다.

일본 세관단속이 강화되자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만 모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실제로 금괴밀수에 투입된 한국인 가족여행객 등 12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관세청과 지난 해 11월부터 세관 금괴 적발사례와 수사사례, 일본 처벌사례를 분석하고 국내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조수사 6개월만에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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