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칼럼] 국가 운영 시스템의 붕괴 보여준 미세먼지 대책

입력 2018. 5. 3. 01:34 수정 2018. 5. 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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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문제 해결 능력 저하
공무원은 기업의 불법 감독 외면
부실한 미세먼지 대책이 대표적
환경부 역할·대중 교육 강화해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한국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공의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책을 수립해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정부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공무원의 위상이 격하됐고, 기업으로 권한이 많이 넘어갔다. 정치인이 정부 고위직에 많이 임명되면서 정부 관리들의 권한이 약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급급하고 좀처럼 실제 문제에 대해 용감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외쳐왔다. 그 결과 공무원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 대한 감시와 이들 영리 조직이 불법적이거나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감독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연계되면서 공공 인프라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운영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악화했다.

한국에서 국가 운영 시스템의 붕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세먼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다. 정부는 대중을 위해 오염 원인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거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급진적 변화를 산업계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시민에게 공장 배기가스가 어떻게 이런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는지를 말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은 대기 품질 면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 중 하나가 됐지만, 환경부는 이렇다 할 대응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눈이나 비와 같은 새로운 기상 유형인 것처럼 발표하면서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사용하는 것처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쓸모없는 경고가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으로 발송되는 가운데 정책 입안자는 실질적 대응책 실행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모든 버스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목표 시한 설정이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오로지 강력한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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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정부가 약해지면서 한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에 밀릴 위험에 처해있다. 중국은 정부 정책을 통해 현명하게 전기 자동차로 대대적이고 신속하게 전환하도록 했다. 애석하게도 한국에서는 근시안적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으로 정부 기능이 약화했고, 국가 경쟁력도 떨어졌다. 미래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전기 자동차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태다.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석탄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은 13만4900GW(기가와트)에서 20만3800GW로 증가했다. 현재 한국에는 53기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석탄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한국 정부는 석탄 발전소와 관련된 모든 계획을 즉시 취소하고 한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모든 건물에 태양전지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에너지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엄격한 단열 규제를 모든 건물에 적용해야 한다.

환경부의 예산을 대폭 늘리고, 공장의 자체 보고에 의존하기보다는 철저한 검사에 나서 점진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환경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기획과 규제가 가능한 강력한 정부가 있어야 한다. 정부 보조금을 통해 1년 이내에 석유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중국 문제가 있다. 한국인들이 불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오염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조처를 하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솔선수범의 자세다.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국이 매우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를 시행할 경우 중국은 그 정책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 순환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강력한 정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 대중을 교육하는 일이다. 정부는 모든 주요 공장의 정확한 배기가스 수준을 공개하고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해야 한다. 시민들이 에너지와 대기오염 문제를 공부할 수 있는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그러한 토론회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과 향응을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개선할 방법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돼야 한다. 교육 내용에는 대기오염 원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필요한 해결책이 포함돼야 한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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