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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드론 오륜기 설계자, 수학 기하교육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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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드론 오륜기 설계자, 수학 기하교육에서 나온다”

2018.05.02 16:01
한림원탁토론회, 학계 “수능기하 배제 재논의 필요” 주장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218대의 드론이 공간적으로 배치돼 밤하늘에 오륜기를 수놓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공간에 대한 수학적 사고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향후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시대 다양한 첨단 과학의 기본 소양이 될 학문은 현재 교육과정 내에선 ‘기하와 벡터’ 분야입니다. 이를 배제하겠다는 2021년도 수능개편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합니다”(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제125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김진호 기자 제공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제125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김진호 기자 제공
 

교육부가 지난 2월 28일, 2015년 수학교육개편 내용에 따라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와 벡터를 제외한다고 결정하면서 각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125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미래를 향한 수학교육과정과 평가’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맡은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기하와 벡터가 교과 과정에서 완전히 제외되진 않았지만 수능에서 빠지면 학습열기도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미래 과학을 이해하고 상상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15년 3월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학습량 감축을 목표로 기하와 벡터 분야를 일반선택과목에서 진로선택과목으로 변경했다. 그해 9월에는 곧바로 이를 확정했다. 당시 학계에선 기하와 벡터를 필요한 사람만 배우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바꾸면 수능에도 빠지게  될 것이라 우려해, 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권 교수는 “사교육을 부르는 핵심 과목으로 수학을 지목하고 있는 교육부는 학계의 의견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며 “일본이나 미국, 싱가포르등 주변 국가와 달리 한국만 ‘어떻게 가르치느냐’를 고민하기 보다 '공부량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을 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연속하는 고등학교 3개년 학생이 서로 다른 입시 제도를 겪어야 할 정도로 교육과정이 자주 바뀐다. 정권에 따라 교육과정이 전혀 새로워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2009년도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에 기하와 벡터 분야가 포함되지만, 2015년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보지 않는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본인이 어떤 시험을 볼지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수능체제로 바뀐 1994년부터 7차에 거친 교육과정 개혁으로 학습량을 줄여왔다”며 “늘 수학이 표적이 됐지만 교육부의 바램대로 수학포기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의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기하와 벡터 영역은 교육을 장려해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2022년 수능에라도 다시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12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정관계인사들이 모여 2021수능에서 기하와 벡터 분야 배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김진호 기자 제공
제12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정관계인사들이 모여 2021수능에서 기하와 벡터 분야 배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김진호 기자 제공
 

한편 중학교 3학년이 보게될 2022년 수능 범위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올 하순께 발표될 예정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도한 서울대 명예교수는 “2022년 수능 출제범위 공론화위에는 교육학자가 대부분이고 과학자는 1명뿐으로 안다”며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되도록 구성원과 기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 교육학적 접근뿐 아니라 과학적인 관점에서 수능 범위를 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더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향숙 대한수학회 회장은 “20년 넘게 사교육의 주범이라 인식돼 온 수학이지만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며 “기하를 포함해 다양한 수리적 사고로 첨단 과학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울수 있는 교육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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