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잡음·내홍·의혹..지방선거 앞두고 與野 모두 '어수선'

이옥진 기자 2018. 5. 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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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 공천과 경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 정당 모두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일부 예비후보들이 매일같이 국회를 찾아 집단 항의를 하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특히 공천 잡음뿐만 아니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에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이어 경기 성남시장 후보인 은수미 전 의원도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부적절한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터져 어수선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와 일부 중진 의원, 지방선거 후보들이 마찰을 빚고 있고, 일부 인사들은 홍 대표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도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공천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與 전략공천 잡음…거물급 인사들에 연이은 악재
2일 오전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실 안에서는 최고위원회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밖에서는 한 남성이 “전략공천, 밀실공천을 없애달라”고 소리쳤다. ‘전략공천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려다 당직자들로부터 제지받은 이 남성은 서울 중구청장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진 예비후보 A씨였다. A씨는 “이게 당이냐. XX놈들” “내가 1년을 준비했는데 어떤 XX를, 지들과 가까워서 (공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중구청장 후보에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단수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 창원 지역 당원들이 2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창원시장 공천 과정은 공정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당원 2600여명과 함께 탈당하겠다”고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 창원시장 공천과 관련해서는 앞서 여론조사 진행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시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청장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 B씨가 당대표실 앞에서 자해 소동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B씨는 추미애 대표를 만나겠다며 국회를 찾아 고성 등 소란을 피웠고 커터칼로 자해를 시도하다 국회 방호 요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B씨는 당이 중랑구청장 후보로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단수로 공천하자마자 국회를 찾아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완주군수 공천을 두고는 몸싸움도 일어났다. 박성일 후보가 단수 공천된 것에 반발한 다른 예비후보의 지지자와 조직폭력배 출신 박 후보 지지자가 멱살을 잡고 싸운 것이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서 공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공천 잡음뿐만 아니라 김경수·은수미 등 이름이 알려진 후보들을 둘러싼 의혹도 연이어 터지고 있다. 앞서 성추문 등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출마를 접었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에 휩싸이며 사퇴했다. 이 같은 대형 악재들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은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 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과 민주당은 “김씨의 댓글 조작 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야권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성남시장 후보인 은수미 전 의원도 최근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불법 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이 의혹은 은 전 의원의 운전기사로 1년가량 일했다는 최모씨가 언론에 월급과 차량유지비 등을 은 전 의원이 아닌 성남에서 활동하는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은 전 의원 측은 “최씨는 자원봉사자로 알고 있었고 불법 정치자금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정치적 음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공천을 재심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가운데 당 관계자는 “(은 전 의원 공천 관련) 논의를 한다면 (재심이 아닌) 정무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洪 vs. 反洪’ 바른미래당 ‘安 vs. 劉’
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와 중진 의원들, 일부 지방선거 후보들이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지난달 심재철·이주영·정우택·나경원·유기준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수차례 회의를 열고 홍 대표의 리더십과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중진 의원들은 홍 대표의 당 운영이 독선적이며 사당화·사천(私薦)을 하려 한다고 홍 대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홍 대표는 중진들과 만찬을 마련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고, 중진들도 “지방선거가 코앞이니 당의 화합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천 반발로 탈당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잡음은 여전하다. 창원시장 공천에서 떨어진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지난달 30일 한국당을 탈당했다. 안 시장은 “홍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언제나 1위를 차지하는 저를 배제하고 지지율 꼴찌 군에서 맴돌던 자신의 측근 인사를 불공정하게 공천했다”며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앞서 창원시장 후보로 홍 대표의 고교동문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단수 공천했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찌감치 탈당했다. 경남지사 공천에 도전했던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은 당의 김태호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법원에 공천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과 공천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무소속 연대’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후보들이 홍 대표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한 데 대해 “국민의 일반적 생각에서 동떨어지면 지지받기 어렵다. (홍 대표가) 깊이 생각하고 말씀했으면 한다”고 했다. 남 지사는 또 한국당의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에 대해서도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 갈라치기 이런 쪽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민 편 가르기에 우리가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한 것에 대해 “(홍 대표가) 너무 나갔다. 국민적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후보자와 당 지도부 간 조율과정을 거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당지도부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도전에 나서는 유정복 인천시장도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북의 노동신문, 남의 어용언론,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일부 잔박들까지 뭉쳐 나를 헐뜯고 비난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잔박’은 ‘남은 친박계 인사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나서는 이준석 당협위원장(왼쪽)과 김근식 교수. /조선DB

바른미래당에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놓고 유승민 공동대표 세력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세력의 세싸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서는 “노원병·송파을 공천은 유승민계 대 안철수계의 계파 대리전과 다름없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잠재된 두 세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천 결과에 따라 향후 당의 주도권을 어느 계파가 쥐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첨예한 대립이 있는 것은 안 후보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공천이다. 당초 노원병에는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당협위원장이 단수로 공천 신청을 했지만, 안철수계의 반발로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을 보류했고 안 후보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뒤늦게 공천을 신청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유승민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20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했었고 꾸준히 지역관리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이 위원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안철수계에서는 노원병이 안 후보의 지역구였고 안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로 당을 위해 희생한 만큼 서울 지역 공천은 안철수계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을 공천을 놓고도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송파을에는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공동당협위원장, 국민의당 출신 송동섭 공동당협위원장,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아직 공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철수계에서 안철수 후보가 영입한 장성민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악구청장 공천을 놓고도 잡음이 심하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을 전략 공천했는데, 이 전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공천 신청을 하고 사흘 만에 공천을 받았다. 당초 바른미래당 관악구청장 공모에는 이승한·김희철 예비후보가 신청했는데, 당에서 심사를 보류하다가 추가 공모를 내 이 전 대변인의 공천 신청을 받은 뒤 이 전 대변인을 단수로 공천한 것이다. 이·김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은 보름이 넘게 당사에 머물며 공정하고 신속한 공천을 촉구해왔다. 이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대변인을 전략 공천하려고 우리를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며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도 아니고, 공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당에 재심을 청구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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