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의적 분식'으로 통보

김도년 입력 2018. 5. 2. 11:42 수정 2018. 5. 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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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중앙일보DB]


최고 수위 '고의적 분식' 통보…증선위 통과하면 상장폐지 여부 심사 받아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회계장부를 거짓으로 꾸밈) 조사 결과를 통보한 것은 단순 회계처리 규정 위반이 아니라 '고의적 분식회계'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회계부정 행위에 내리는 최고 수위 징계로 이대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또 증선위의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회사 검찰 고발 조치도 잇따를 수 있다.

지난 2015년 설립 5년 차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를 벗어나 단숨에 1조9000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3300억원을 합작 투자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격(공정가치)이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고, 이 가치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장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이 회사 투자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환산해 장부에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이 사안을 '회계사기'라고 본 대목이 이 부분이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당초 종속회사였거나 관계회사여야 했지, 도중에 이를 변경하는 것은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를 입증할 자료와 정보들을 충분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 가치가 왜 갑작스럽게 4조8000억원대로 평가됐는지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 투자사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경영권(콜옵션)을 행사할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당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를 들고 지배하던 '종속회사'였지만, 공동 경영 형태가 되면 경영 전반을 지배할 순 없는 '관계회사' 형태가 된다는 게 회사 측 논리였다. 국제회계기준상 바이오젠이 공동 경영권을 행사할 의향이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럴만한 경제적 이득만 있어도 바꿀 수 있게 돼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든 바이오젠이든, 명확히 누가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봤다. 바이오 제품 개발 기술은 바이오젠이, 개발 자금 공급은 삼성 측이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합작 투자자들 간에 서로 지배하는 영역이 달라 기업 경영에 대한 지배권을 명확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등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주력 시장인 유럽 시장에서 판매 허가를 받는 시점은 2016년 이후였기 때문에 이 제품이 창출할 수익성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원 규모로 평가해선 곤란하다는 시민단체 주장 등도 수용했다.


삼성바이오 "감사인 권유 따라 회계처리…적법하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선 '회계 사기'는 물론 회계처리 규정 위반 혐의 자체가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는 회계감사인(삼정회계법인)의 권유로 이뤄진 것으로 회사가 회계법인과 짜고 '기업가치 부풀리기'에 나선 게 아니란 것이다. 또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수익성도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들의 평가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문을 내고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며 "앞으로 있을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 모든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사건 연루…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도 간접 영향
금감원이 통보한 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혐의가 확정될 경우 파장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은 물론 금융당국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 상장 직전 기업에 대한 분식회계 여부 조사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맡는데, 이곳에 조사권을 위임한 곳이 증선위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 산정의 적법성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책정되는 합병 비율 그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둔 제일모직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데 활용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의성 입증'이 관건…금감원 "입증 자료 충분하다" 자신
다만 금융당국도 분식회계의 고의성 입증 근거가 부족할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법적 소송도 이어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향후 이 문제를 심의할 감리위원회와 증선위 등에서 격론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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