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정인 "평화협정땐 미군 주둔 어렵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8. 5.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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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상징이자 중국 견제할 주한미군.. 비핵화 후 밀려나나]
文대통령 "北 요구안했다"는 미군철수, 안보특보가 들고나와
NBC "트럼프, 지난 2월 철수 고려"..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양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고려했다가 내부 논의 끝에 철회했다고 미 NBC방송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문제가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이슈라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이날 언론 기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NBC는 전·현직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전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고려했으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격렬한 언쟁 끝에 결국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삼는 방안을 언급했고, 켈리 실장이 막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며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했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 27일 한반도 평화협정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우리 동맹국들과 협상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북한과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초석인 주한미군이 남·북·미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정인 특보도 30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 기고 글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 한국 주둔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보다 한국이 먼저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이 비핵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문정인 특보는 기고 글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관련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문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미·북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핵심 이슈가 될 거란 얘기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분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자가 된 한국이 전보다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전형적인 협상술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주한미군이 미 외교·안보 전략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빠지는 의미도 없지 않다.

한국에서도 최근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온다.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주한미군 주둔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철수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논리이기도 하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은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화되면 주한미군의 성격과 규모, 주둔 형태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정세에 최악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사라진다고 해도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야심을 견제할 '균형자'로서 미국과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주한미군 논의에 앞서 한반도 평화 체제에 대비한 새로운 한·미 동맹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에 맞춰 미국과 '21세기 전략 동맹' 구축에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를 계승했으나 중국 관계 등을 고려하느라 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한·미 동맹의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지 않으면 평화 체제 이후 동북아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국과 북한이 함께 한·미 관계를 흔들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 심각한 외교·안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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