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판결' 들고나온 우병우.."국정원 문건 모두 위법 증거"

이혜리 기자 2018. 5. 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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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1) 측이 증거로 제출된 국정원 문건들 일체에 대해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공교롭게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67)의 댓글 대선개입 사건 판결이다.

우 전 수석 측의 이같은 주장에 따라 당장 시작되는 증인신문 진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에 대한 7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우 전 수석 측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국정원 문건들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조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문건을 국정원에 요구해 받았다. “수사에 관해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해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199조 2항을 따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 측은 이 조항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문건 자체를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여러 판결 중에서도 2015년 2월9일 선고된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의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대고 있다.

당시 원 전 원장 측은 빅데이터 업체가 국정원 직원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트위터 정보를 검찰에 마음대로 제출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199조 2항은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을 뿐 ‘서류나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지는 않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은 사실조회를 통해 현황을 보고받은 뒤 추가적인 관련 자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자료를 압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검찰이 받은 트위터 정보 자체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아예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 1심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판단했었고,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항소심 판결이 맞다고 확정했다.

문제는 우 전 수석 사건에서 검찰이 제출한 많은 증거들이 국정원 문건이라는 점이다. 우 전 수석 외에 다른 국정원 관련 사건에서도 이 쟁점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국정원 문건들이 위법 수집 증거라고 법원이 본다면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다.

당장 2일로 예정된 증인신문 때도 검찰이 국정원 문건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우 전 수석 측은 주장했다.

검찰은 난색을 표했다. 검찰은 “문건을 제시하고 어떻게 문건이 전달되었는지 (증인에게) 묻지 않으면 증인신문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장인 김연학 부장판사는 “제출된 문건들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은 재판 결과와 관련이 있어 사전에 판단할 수 없다”며 “검찰이 문건을 제시하면 제지하는 등 일단 증인신문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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