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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일기예보로 북한 주민 놀라게 한 대북 확성기…55년 만에 역사의 유물로

[리포트+] 일기예보로 북한 주민 놀라게 한 대북 확성기…55년 만에 역사의 유물로
지난달 27일 있었던 2018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치·사회·외교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조치가 시작됐는데요. 오늘(1일) 국방부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포트+] 일기예보로 북한 주민 놀라게 한 대북 확성기…55년 만에 역사의 유물로
대북 확성기 철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의 첫 후속 조치인데요. 특히 오늘은 대북 방송이 시작된 지 정확히 55년이 되는 날이라 그 의미가 더 남다릅니다.

■ 40여 대의 대북 확성기 역사로 남는다…북한도 철거 이행할까?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운용하는 국군심리전단은 순차적으로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 대의 확성기를 이용해 대북 방송을 해왔습니다. 우리 군은 이동이 가능한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와 고정식 확성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동식은 별도의 보관 장소로 옮기고 고정식 확성기는 뜯어내는 방식으로 철거합니다. 오늘 철거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은 국군심리전단이 보관할 예정입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를 군사 훈련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이 곧바로 호응했던 것처럼 확성기 철거도 즉시 이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단 살포를 포함한 다른 적대행위 중지 방안은 남북 정상회담 후속으로 열릴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 1963년 대북 확성기 방송 시작…55년 동안 이어진 남북 간 '말 전쟁'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63년 5월 1일입니다. 서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시작된 첫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습니다. 당시 최전방 지역에서는 북한군의 우리 군 장병 납치와 상호 교전 등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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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반까지 대북 확성기로 심리전을 이어가던 우리 군은 1972년 11월 통일의 기본 원칙을 천명한 7·4 남북 공동성명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당시 북측도 우리 쪽을 향한 확성기 방송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남북 간 화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양측의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지 8년 만인 1980년 9월,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남북 간 확성기 방송은 다시 최전방 지역을 오갔습니다. 확성기를 통해 퍼진 남북 사이 '말 전쟁'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특히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심리적 영향에 특히 민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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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돌 땐 켜졌다, 화해 땐 꺼졌다…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작동한 확성기 방송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다양해졌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나 대중가요도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왔고 일기예보와 건강상식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기예보는 대북 방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일부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일기예보가 맞아 확성기 방송을 믿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북 확성기 충돌은 지난 2004년 완전히 끝나는 듯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남북은 체제 선전 활동 중단에 합의하고 확성기와 선전 구조물을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대북 라디오 방송이 재개됐고, 5년 뒤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 도발까지 벌어지자 대북 확성기는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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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북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남북은 2015년 8월 고위급회담을 열어 방송 중단에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근 2년간 유지됐습니다.

확성기 철거 조치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에는 앞으로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는데요. 오늘 철거 조치가 남북 갈등의 주 무대였던 DMZ에 평화를 가져오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합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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