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반대 시위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

경찰청은 최근 정 전 사장 해임 반대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과잉 진압을 재조사하라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으로서 진압을 지휘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 청장 임기가 끝나는 6월 말 전까지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MB 정부 여권 추천 KBS 이사들이 정 전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2008년 8월8일은 이른바 ‘8·8사태’로 불린다. 당시 경찰은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으로 진입해 정 전 사장 해임을 막으려는 KBS 기자·PD 등 구성원과 충돌했고 그동안 해임 제청안이 통과됐다. 경찰은 이사회 전날 밤 KBS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대거 연행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KBS 이사로부터 신변 보호 요청을 받아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해왔지만 KBS 구성원들은 경찰 진압이 계획됐을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이달 출범을 앞둔 KBS진실과미래위원회(가칭)도 정 전 사장 해임과 경찰 투입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 KBS본관 로비1층의 민주광장에 자리잡고 앉아 이사회가 열리는 3층으로의 투입명령을 기다리는 사복경찰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08년 8월8일 KBS본관 로비1층의 민주광장에 자리잡고 앉아 이사회가 열리는 3층으로의 투입명령을 기다리는 사복경찰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08년 8월8일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 기자, PD, 기술직 등의 직능단체 구성원들이 3층 대회의실 밖에서 '이사회는 자폭하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08년 8월8일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 기자, PD, 기술직 등의 직능단체 구성원들이 3층 대회의실 밖에서 '이사회는 자폭하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현석 당시 KBS기자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사회 며칠 전부터 경찰 병력이 KBS 주위를 포위하다시피 했다. ‘계획된 폭거’였다고 생각한다”며 “경찰 특공대가 보인 태도는 ‘마구잡이식 진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KBS 구성원들은 이사회 장소 바깥에서 구호만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 청원 경찰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정부 차원에서 어떠한 지침이 있었던 건 아닌지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주 당시 사장이 경찰에 퇴거 요청을 했는데도 진압이 지속된 원인 역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KBS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회사가 어떤 경위로 경찰 병력 난입을 막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 해임 사유로 들었던 배임 혐의는 이후 재판에서 무죄로 판명 났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 취소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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