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美 주도 '한반도핵·미사일통제위원회' 구성 검토

2018. 5. 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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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핵사찰 및 검증기구 출범 검토
-핵의심시설 전면개방 여부가 관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달 중 열릴 북미 정상회담 계기 북측에 북미간 핵사찰 및 검증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주도할 수 있는 핵사찰 및 검증과정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정상회담 계기 북미와 제3국이 개입한 3자 형태의 핵ㆍ미사일통제위원회를 출범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직접 핵사찰단을 파견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미국의 주도로 북한에 대한 핵시설 및 미사일을 사찰하고 비핵화 검증하고, 이에 대한 신뢰성을 IAEA 및 국제기구를 통해 확인 받는 형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와의 핵협상 당시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이 리비아의 핵시설을 조사하는 것에 반대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에도 미국의 사찰단이 리비아의 핵시설을 사찰해야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었다.

이 때문에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고안해낸 방법은 1992년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남북이 설치하기로 합의한 ‘남북 핵통제위원회’의 북미 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CVID 실현을 위해 ‘선(先) 핵포기 後 보상’의 리비아식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리비아와 북한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1992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사찰 수위다. 볼턴 보좌관은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의 경우, 미국과 영국의 사찰단에 핵 관련 시설들을 전면 개방했다”며 “이 때문에 리비아의 비핵화에 대해 의심의 여지를 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워싱턴 소식통은 “볼턴이 말하는 리비아 방식의 비핵화는 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반 언론이 말하는 ‘선 폐기 후 보상’의 비핵화가 아니라, 과거 리비아가 미국과 영국 사찰단에 핵 의심시설을 전면개방하고 불시사찰에 응했던 방식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리비아는 비핵화 과정에서 IAEA 사찰을 받고 관련 시설과 장비를 미국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IAEA 사찰단으로 리비아에 파견됐던 로버트 미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내셔널(National)지에 “리비아는 IAEA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정부에 핵 의심시설을 전면 개방하고 불시사찰에 응했다”고 밝혔다.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미국의 최고 핵연구시설이기도 하다.

미국이 그동안 밝혀온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물질ㆍ무기를 모두 폐기 혹은 해외로 반출하고, 이를 다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핵시설을 영구 해체한 뒤 핵 기술 인력까지 추적ㆍ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부시 행정부에서부터트럼프 행정부 등 북한에 CVID 원칙을 고수해온 미국 정부는 북한에 풍계리 핵실험장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과 다른 곳에 숨겨뒀을 것으로 의심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모두 영구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검증’이다. CVID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기술, 인적자원 목록을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시설 운영 기록, 설계 정보, 처리한 핵물질의 양 등 세부 내용까지 자세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뒤, 그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예비 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핵개발 의심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핵물질 해외 반출, 핵시설 해체를 한 이후로도 비핵화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에 대한 지속적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요구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느냐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접견에서 핵사찰 수용의사를 내비쳤지만, 향후 협상을 거쳐야 하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핵사찰 요구를 수용했어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에서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해 5월 IAEA에 핵시설ㆍ핵물질 정보 등을 담은 최초 신고서를 제출했었다. IAEA가 북한이 신고한 자료보다 많은 플루토늄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스럽다며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IAEA에서 탈퇴해 버렸다. 2008년 6월에는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 의사를 내비쳤지만 미신고 핵시설과 핵물질, 관련 활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장소를 마음대로 사찰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검증의정서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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