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 <뉴스타파>와 <그날, 바다> 왜 달랐나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일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건 세월호에 실려 있던 차량 블랙박스 복원, 항적도 비교 등을 통해 사고 당시의 유의미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2기 선체조사위원회(아래 선조위)는 오는 8월, 지금까지의 활동을 종합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 그 전에, 침몰 원인에 접근한 이들과 그들이 세운 가설들을 정리했다.
[하나] 외력설 배제한 <뉴스타파>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 6일 발표한 공식적인 침몰원인은 무리한 증축, 과적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과 미숙한 운항으로 인한 급변침 등이다. 참사 직후 '구조자 인원을 부풀리거나 구조 작업의 기초도 지키지 않았다'며 정부 발표와 검찰 수사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던 <뉴스타파>는 이후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가설인 '잠수함 충돌설', '외부 원인으로 인한 침몰' 등을 논박하며 사실상 선체 내부에 원인이 있다는 쪽으로 보도해왔다.
2017년 3월 30일 보도한 '세월호 선체가 말해주는 것들' 편을 보면 <뉴스타파>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어떻게 분석했고, 접근했는지를 알 수 있다. <뉴스타파>는 세월호의 '급변침 당시 궤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외력설의 전제를 '인양된 선체 좌현 선수 측 바닥에 충격의 흔적이 없다'는 사실로 1차적으로 논파한다.
또한 인양 과정에서 방향타가 인위적으로 바뀐 정황과 일부 유실물들이 있었다는 보도를 통해 관계 당국의 부실하고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모두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 규명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기에 유의미한 비판이었다.
이와 함께 영상 속 차량이 매우 빠르게 넘어갔고, (선내) C데크 유리창 파손, 벽면 균열, 환기구 등을 통해 해수 유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뉴스타파>는 '세월호가 정상적인 조타각을 써도 넘어질 정도로 복원성이 극도로 나빴던 만큼 침몰 원인 분석 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랙박스 영상 분석으로 <뉴스타파>는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세월호 AIS(선박자동식별장치)상 기록된 항적이 납득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조위 화물조사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포클레인, 오토바이, 컨테이너 등이 더 수습되면서 기존의 복원성 계산에 쓰인 데이터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의 세월호 관련 최근 보도는 '세월호 블랙박스 영상 추가 입수' 꼭지다. 선조위가 복원한 17개 차량의 블랙박스 중 이미 8개를 분석했던 터에 추가로 9개 분석을 더한 것. 이 과정에서 벽면으로부터 해수가 유입되는 장면을 잡아낸다. <뉴스타파>는 이를 통해 C데크 쪽으로 해수가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한다. 그리고 '사고 당시 세월호가 단번에 왼쪽으로 52도까지 급격히 기울었다가 47도로 되돌아온 뒤 표류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잠정적으로 선체내부에 침몰 원인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 셈.
물론 모든 정황이 다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세월호 내 CCTV와 인천항 CCTV 시각과 차량블랙 박스 시간 사이에 상당한 오차가 있음을 <뉴스타파>도 인지하고,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해선 '블랙박스 장비 결함'으로 '실제 시간보다 블랙박스 화면 표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기계적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둘] 앵커침몰설 제시한 <그날, 바다>
영화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AIS 데이터 원문과 해군 레이더, 군산VTS 데이터, 그리고 세월호 침몰 순간을 최초로 목격한 둘라에이스 호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모순되는 지점이 있기에 AIS 데이터는 조작됐다는 점을 초반부에 제시한다. 여기에 사고 당시 선내 CCTV 영상과 차량들 블랙박스 영상의 순서를 맞춰보니 물리적으로 급격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라는 추론을 덧붙인다. 세월호 출항 당시 앵커와 사고 직후 앵커 상태를 비교했을 때 왼쪽 앵커에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는 점도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다.
SNS 등에서는 강한 반론도 나왔다. <세월X>를 발표한 누리꾼 자로를 비롯해 선박 운항 경험이 있거나 잠수 경험이 있다고 밝힌 사람들은 "앵커 때문에 배가 침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지영 감독을 만나 가능한 반론을 모아 질문을 던졌다(관련 기사: "세월호 조작 증거 더 있다... <그날, 바다>엔 10%만" http://omn.kr/r2am).
추가로 김지영 감독은 영화에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세월호 운항 중 이상을 느낀 생존자들 인터뷰를 통해 사고 시간이 오전 8시 30분 무렵에서 50분 무렵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인원들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 사고 발생 시각의 차이는 곧 사고 지점의 현격한 차이를 의미하는데 전자는 외력설이 확실히 성립하는 좌회전 구간(정부는 세월호가 좌측으로 기울어 침몰했다고 밝혔다 - 기자 말)이고, 후자는 우회전 구간이라 우연히 난 사고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게 김지영 감독의 추론이다.
[셋] 잠수함충돌설 그리고 외력설
자로의 외력설은 'AIS 항적은 조작되지 않았고, 김지영 감독이 주장하는 조작의 근거가 희박하며, 세월호는 당시 정상운행 중'이라는 전제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사고 직전 학생들이 남긴 영상과 선내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을 근거로 8시 50분 전까지 아무런 이상 조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3월 선체가 인양되면서 충돌 흔적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 좌현 선수 쪽이 예상 외로 깨끗한 상태로 보이자, 이 가설은 논파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지난 4월 13일 선조위는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세월호 좌현 '핀 안정기'가 외력에 의해 손상됐을 수 있다"며 외력 작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전원위원회에서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조사를 의결했다.
<경향신문> 등의 복수의 매체는 조사관 말을 인용하며 "외력의 정체는 수중 물체일 가능성이 높고, 세월호보다 빨라야 한다"며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잠수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논파된 걸로 보였던 '잠수함충돌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반면 선조위는 전원위원회 이후 현재까지 <그날, 바다>가 제시한 앵커침몰설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결국 다시 원점일까. 이 사건을 추적해온 주체들의 이목이 선조위가 발표할 보고서에 쏠려 있다. 침몰 원인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바람처럼, 가설이 아닌 진짜 원인이 충분한 근거와 함께 제시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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