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北을 괴물로만 인식했는데"..세대 막론 '다시보기' 바람

안채원 2018. 4.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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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으로 북한 다시 보게 됐다" 이구동성
2030 "상종 못할 상대라는 적대감은 사라져"
5060 "과거 '주적'으로만 생각해..이제 한민족"
전문가 "긍정적 여론 전환..약속 이행 지켜봐야"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임얼·옥성구·허성훤 수습기자= "우리가 막연하게 북한을 괴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수험생 김모(26)씨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을 다시 봤다"고 했다. 평소 또래보다 보수적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김씨는 "북한에 대해 안좋은 감정이 갖고 있었는데 이번 회담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며 "우리를 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고 전했다.

자영업을 하는 정병리(68·여)씨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예전에는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도 화통한 것이, 정상회담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해 재인식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 일색이던 것이 한꺼풀 벗겨졌다는 반응이다.

2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대학생 허지연(20)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에는 핵 위협, 도발 등으로 북한이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 통일이 먼 미래만은 아니구나, 한 민족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허씨는 "핵 위협도 과거처럼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다"라며 "북한이 비핵화 선언을 한만큼 예전처럼 북한의 핵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원 도모(26)씨도 "핵 위협이 느껴지긴 하지만 회담 이전보다는 많이 줄은 게 사실"이라며 "북한을 마냥 적으로만 여기지 말고 발전적인 관계를 위해 지금처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모(31)씨는 "학교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 미디어에서 지금껏 북한을 '미치광이'라거나 '괴물' 등 비이성적인 존재로만 그려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부·조모세대처럼 전쟁을 직접 겪거나 부모세대처럼 반공교육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한 거리감을 갖고 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여준 유머 등이 회자되면서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쪽으로 넘어가자는 제안을 하는 것을 보고 스마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막연히 '상종 못할 상대'라는 적대감은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파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지난 1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도라산역에서 관광객들이 평양쪽을 가르키고 있다. 2018.04.29.pak7130@newsis.com

한 네티즌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만 극단적으로 부각되어온 것도 (북한에 대한 적대심을 갖게 된 데)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며 "이제 시대에 맞는 북한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금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북한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반공교육에 익숙했던 중장년층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현구(64)씨는 "예전에는 북한이 포악하고 완고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회담을 보니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라며 "꾸며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김 위원장의 태도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웠다. 특히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고 손 맞잡는 모습에 김 위원장과 북한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오규환(59)씨는 "기존의 북한에 대해서는 신뢰가 없었고 믿을 수가 없었지만 이번 회담은 굉장히 희망적이고 고무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오씨는 "학창시절 북한이 '주적'이라고 배웠지만 이제는 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차후에 통일도 될 수 있으니 자유롭게 교류도 하고 인식도 다르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파주=뉴시스】박주성 기자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시민들이 철책에 통일을 소망하는 리본을 매달고 있다. 2018.04.29. park7691@newsis.com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내용이나 형식이 흠잡을만한 부정적인 요소가 없었다"라며 "그렇기에 긍정적인 여론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 교수는 "2030세대는 민족인식이 약하고 반공교육을 받은 5060세대는 사실상 인식변화 교육이 힘든 측면이 있다"라며 "언론보도 등을 통해 두 정상이 약속한 것들이 실제로 지켜지는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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