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개장소 흡연 자제한 김정은, 만찬중에 조용히 나가서 피워

2018. 4.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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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핵화 선언]화기애애 만찬 뒷이야기

[동아일보]

만찬주로 오른 문배주가 담긴 술잔이 자유롭게 오가던 27일 오후 8시 무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용히 만찬장 밖으로 나갔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3층에 마련된 만찬장을 나선 김 위원장은 별도의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다. 우리 측 관계자들이 이날 본 김 위원장의 유일한 흡연 장면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애연가라고 들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과, 남북 인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적인 흡연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 잇따라 ‘원샷’한 김정은

당초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김 위원장의 흡연에도 신경을 썼다. 공개적인 시찰 자리에서 담배를 손에 든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김정은은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독대하는 도보다리 탁자에 물, 차와 함께 재떨이도 준비했다.

하지만 막상 김정은은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한 청와대 참모는 “취재진이 없는 환담장에서도 김 위원장이 흡연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34세인 김 위원장이 자신보다 문 대통령(65)이 훨씬 연장자라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고 전했다.

그 대신 만찬장에선 적잖은 술을 마셨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배주의 알코올 도수가 40도 안팎으로 센 편인데 남측 관계자들이 헤드테이블에 있는 김 위원장을 찾아가 술을 권하면 흔쾌히 일어나 술잔을 채우고 ‘원샷’을 했다”고 전했다. 만찬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이 단 한번도 술을 거절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30명, 북측에서 24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도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두 여사가 이야기꽃을 피우자 김 여사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이 “이쪽에 와서 앉아서 이야기하시라”며 자리를 비워주기도 했다. 잠시 뒤에는 리설주 오른편에 앉아 있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자리로 김 여사가 건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리설주는 김 여사에게 “저와 같이 여사님도 성악을 전공하셔서인지 마음속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두 사람이 예술산업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또 리설주는 환담, 만찬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김 위원장을 ‘우리 남편’이라고 불렀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을 지칭하며 ‘남편이’, ‘우리 남편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리설주의 시누이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문 대통령 내외에게 술을 권하고 건배를 했다.

○ 북한 마술사, 미국 달러로 공연

평양냉면도 만찬의 큰 화제였다. “오늘 점심 때 한국의 평양냉면 집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더라”는 고 부대변인의 소개에 참석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냉면은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종류로 제공됐는데, 두 정상 내외는 모두 물냉면을 골랐다. 만찬에 참석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옥류관 냉면을 ‘만찬 음식의 꽃’으로 꼽으며 “생각보다 면발은 약간 질긴 편이었는데 육수가 일품이었다. 고명으로 얹은 세 가지 수육도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요술’이라고 부르는 마술사의 공연도 인기였다. 카드 마술로 공연을 시작한 북측 마술사는 테이블을 누비며 우리 측 참석자의 지갑에서 한국 돈 5만 원권을 건네받은 뒤 이를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여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마술사가 관객 호응을 유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단들도 보조사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가수 조용필 씨와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즉석에서 조 씨의 히트곡인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자연스럽게 남북 참석자들은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을 오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나중엔 지정석도 없이 다들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적인 정상회담 만찬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인데, 통역이 필요 없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배석자 없이 두 정상 사이에 진행된 ‘도보다리 단독 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긴 거리를 걷고, 언덕을 넘어가야 해서 북측에서 마지막까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회담이 임박해 김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오전 정상회담이 끝날 무렵 취재진에게 마무리 발언을 공개하자고 한 것도 김 위원장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처음에 북측이 생중계에 주저했지만, 합의를 본 뒤에는 북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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