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신규 자금 3조9000억원도 차입..고비용 생산구조 못 벗어난 한국지엠

김준 선임기자 2018. 4. 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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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유상증자 대신 대출로 바뀌고 산은 한국철수 비토권 10년만 유효
ㆍ“신규 투자 없이 이자놀이”…군산공장 노동자 전환배치 일부 동요

미국 GM이 한국지엠에 신규 투입하는 재원 36억달러(3조9000억원)가 유상증자가 아닌 새로운 차입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한국지엠은 또다시 GM 본사에 연 4~5%가량의 이자를 줘야 한다. GM 본사의 기존 차입금은 우선주로 전환되는 대신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한국지엠이 고비용 생산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철수’ 논란은 유예된 것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산업은행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에 투입되는 총 70억5000만달러(7조6000억원) 중 신규자금 43억5000만달러는 GM 본사가 순수 대출 27억달러, 조건부 대출 8억달러, 회전 대출 1억달러 등 모두 36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7억5000만달러는 산은이 전액 출자한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GM이 한국지엠에 자본금이 아닌 대출금 방식으로 신규 지원하는 것이다.

GM 본사로부터의 기존 차입금 29억달러는 우선주로 출자전환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현재의 지분율(GM 83%, 산업은행 17%)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먼저 받게 된다.

GM은 애초 23억달러(2조5000억원)를 시설자금으로 투입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투입 방식은 유상증자가 유력했다. GM은 그러나 정부와의 협상 끝에 투입 규모를 36억달러로 늘리면서 자금 성격을 출자에서 대출로 바꿨다. 산업은행은 GM 요구로 출자 규모를 5억달러에서 7억5000만달러로 늘렸다.

한국지엠 직원들은 이번 협상이 한국지엠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GM으로부터 차입한 이자 비용이 한국지엠을 부실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을 ‘회생’시키려면 GM이 차입금 이자율을 종전보다 크게 낮추거나, 배당을 일정기간 받지 않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직원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과거 차입금은 우선주 형태로 전환해 배당금으로 가져가고, 신규 투자금 없이 다시 돈을 빌려주고 이자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주주 책임, 주주·채권자·노조 고통분담, 장기간 경영정상화 방안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3대 원칙은 말장난에 그친 협상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정부와 산은은 GM과의 협상에서 GM의 한국 철수를 막을 ‘비토권’을 10년까지만 유효하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내에 한국지엠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 부실이 이어지고, 정부와 산은이 ‘당근’을 주지 않으면 GM은 한국에서 짐을 쌀 것”이라고 말했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내용에 일부 노동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앞서 노사는 군산공장 노동자 680명에 대해 무급휴직 대신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하는 내용으로 임단협 잠정안을 합의했는데, 이면 합의를 통해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3년간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6개월간은 정부의 휴직자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30개월은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월 225만원(세전금액)을 생계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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