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들어선 한반도 비핵화 여정, 출구 향한 길은 더 멀다

2018. 4. 28. 09: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냉전과 불가분한 핵문제..'합의·파기' 반복끝 새로운 문 열어
판문점 선언 서명문 교환하는 남북 정상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2018.4.27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천명하면서 지난했던 북핵 협상의 역사에 새로운 문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다짐했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공통된 의지를 발판 삼아 비핵화의 '입구'로 함께 들어가고자 한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반세기 동안 출로를 찾지 못했던 북한의 핵 문제가 새로운 차원의 해결 동력을 갖게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서게 된 근본적 연원과 관련해 논란이 여전하지만, 이는 한반도의 냉전 구조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북한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핵 관련 교육과 연구에 관심을 보였고, 1980년대 평안북도 영변에서 5㎿급 원자로를 건설·가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착수했다.

북핵 위기가 결정적으로 심화한 것은 1990년대 초 냉전 종식의 흐름과 때를 같이한다. 소련·동구권의 붕괴 속에서 체제 생존에 대한 북한의 고민도 깊어지면서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확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1980년대 말 핵시설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 이어 1993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특별사찰 요구 결의안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막을 올리게 된다.

이후 북한은 미국의 안보 위협이 핵을 개발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을 줄기차게 반복하며 핵 문제와 관련한 '합의'와 '파기'를 최근까지도 되풀이해 왔다.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골자로 하는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가 위기를 봉합했지만, 이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며 휴짓조각이 됐다.

이후 국제사회는 6자회담이라는 새로운 협상 틀을 통해 2005년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도록 하는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검증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해 긴 휴면에 들어갔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때 손 맞잡은 6자회담 당사국 대표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체제 들어 시도한 '2·29 합의'마저 깨진 뒤 북미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돌진해왔다.

2012년 북미는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의 베이징 협의를 거쳐 북한의 핵동결·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골자로 하는 '2·29 합의'를 발표했으나, 이 마저도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무효화 됐다.

그 결과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새 지도자가 이전과 차원이 다른 대북 압박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판문점 선언은, 위기의 '임계점'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연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 핵심에는 비핵화와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교환하며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새로운 평화체제로 바꿔 나간다는 접근법이 놓여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함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연내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우리 특사단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언에는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고, 북한이 내세운 비핵화의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을 종국적으로 만들겠다는 함의가 담긴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체제안전 보장 조치를 단계적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연내에 하겠다며 나름대로 시한을 잡은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어떻게 짜여질지다. 결국 이는 5월 말에서 6월 중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의 과제로 남겨졌다.

북한은 지난 20일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핵 폐기 과정의 '입구'로 여겨지는 '핵 동결' 조치로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종전선언 단계로 실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가동중단, IAEA 사찰단 복귀 등 더 진전된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27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설명자료에서 남북 정상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뒷받침"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언급이다.

kimhyoj@yna.co.kr

☞ 김여정 카운터파트는 '나야 나'…남측 인사들 '실랑이 농담'
☞ 조용필, 사회자 노래 요청에 현송월에 즉석 듀엣 제안
☞ 눈길 끄는 김정은 철통 경호…12명 벤츠 리무진 에워싸
☞ "학창시절 왕따에 상처" 中 20대, 모교 찾아가 흉기난동
☞ [블랙박스] 주행 중 날아온 괴상한 접시의 정체는?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