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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모처럼 미세먼지 없던 날…인천 섬 백패킹 캠핑

송고시간2018-04-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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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무인도에 가까운 인천 앞바다 작은 섬에서의 백패킹.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이는 한국사람도 아닌 파란 눈의 자연인이었다.

무의도는 세계로 열린 한국의 창 영종도 인천공항과 가까운 작은 섬이다. 뜨고 내리는 항공기 소음으로 잠도 못들 것 같았지만 정작 찾아가보니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해안이 암반으로 이뤄지지만 않았다면 반드시 작디작은 해변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작은 해안을 찾는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숨은 장소를 찾는 것으론 구글맵을 한번 뒤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인천 앞바다 작은 섬에서의 고요한 1박(성연재 기자)
인천 앞바다 작은 섬에서의 고요한 1박(성연재 기자)

잠시나마 그 해안은 나만의 해안이 된다. 텐트를 펴면 그것이 내 집이요. 눈이 닿는 곳까지 나만의 정원인 셈이다.

오토캠핑으로 시작된 캠핑 붐은 이제 다양한 형태의 캠핑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넓은 의미에서 '오토캠핑'이 가능하게 됐고 예전에 이고 지고 먼지 폴폴 나는 직행버스에 배낭을 싣고 다니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오토캠핑도 이제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다시금 그 백팩을 매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어렵게 다니던 모습의 캠핑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낚시 등에 관심을 둔 이들은 카약을 이용한 카약캠핑에 빠지기도 했고,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오토캠핑에 빠져들었다.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섬을 걷는다는 것. 그것이 주는 매력(성연재)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섬을 걷는다는 것. 그것이 주는 매력(성연재)

아무튼 몇 천 원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무의도 선착장에 내려 30여 분 고불고불 시골 길을 걷다 보니 믿기지 않는 장면이 다가왔다.

언덕 위 남쪽으로 난 작은 시멘트길 아래로 펼쳐진 끝 모를 개펄.

그야말로 아무도 없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내리막길이라 쾌감은 더했다. 등에 진 백팩의 무게도 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우리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에 도착하고 나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텐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 이것 참 이런 곳에 누군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 하나. 허연 팔다리를 드러낸 반소매 반바지 차림의 그는 외국인이었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비박 지에 어떻게 외국인이?'

보아하니 모닥불을 피려고 나뭇가지를 모으는 모양이었다.

캠프의 밤은 작은 가스랜턴으로부터 시작된다(성연재)
캠프의 밤은 작은 가스랜턴으로부터 시작된다(성연재)

짐을 내려놓고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이한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영어강사란다. 캐나다에선 나무장작을 따로 사지 않고 이런 식으로 직접 나뭇가지를 모아 해변에 불을 피운다 했다.

작은 텐트를 재빨리 세팅하니 거의 10여 분 걸렸다. 역시 아웃도어에서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나 보다.

할 일도 딱히 없고 해서 나무 모으는 걸 도왔다.

해변에서 요리할 예정이란다.

음 캠핑을 하러 왔는데 버너가 아니라 모닥불로 요리한다?

역시 아웃도어 종주국다운 모습이다.

알루미늄 포일에 싼 피자를 불에 구워 먹은 캐나다인은 깨끗하게 모래를 덮고 일어섰다. (성연재 기자)

알루미늄 포일에 싼 피자를 불에 구워 먹은 캐나다인은 깨끗하게 모래를 덮고 일어섰다. (성연재 기자)

우린 일행 중 누군가가 사온 쇠고기로 맛난 저녁을 해치우며 그를 불렀다.

그는 저가형 의자에 앉아 알루미늄 포일에 뭔가를 싸고 있었다.

반죽이 된 밀가루빵 안에는 작은 햄과 잡다한 양념 같은 것이 들어가 있다.

이걸 모닥불에 던져 구울 거란다.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가 해변에서 작은 모닥불을 핀다.

그리고는 아까 접었던 그 알루미늄 포일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먹어보라는 권유에 한입 베어 물었더니 피자 맛이 났다.

'피자 김밥'이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가 이곳을 찾은 지는 4년째란다. 매년 한 번씩 이곳을 찾아 혼자 캠핑을 하곤 하는데, 다음 달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곳이 그리워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생활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눈치였다. 근무시간도 짧아 본인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도 했다.

그토록 마음에 드는 이 생활을 왜 접고 다시 토론토로 떠나느냐고 물었다.

그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이토록 맘에 드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공기 오염 탓"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최근 공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Poison"

여명이 밝아오는 무의도 캠프(성연재 기자)
여명이 밝아오는 무의도 캠프(성연재 기자)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미세먼지 문제가 조용히 힐링하러 떠났던 곳에서 내 뒤통수를 때리는 순간이었다.

유난히도 미세먼지 없던 주말 이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던 것이 호사스럽게 느껴졌다.

◇ 가는 길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인천공항 1터미널역에 내린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를 타면 장기주차장역과 합동청사역, 파라다이스시티역, 워터파크역을 거쳐 용유역까지 무료로 갈 수 있다. 용유역에서 내린 뒤 잠진항 선착장까지 걸어가면 10분 가량 걸린다. 잠진항 선착장에서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까지 가는 카페리는 10분 만에 도착한다. 왕복 3천 원이다.

◇ 섬 백패킹 주의점

물이 없으니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 심지어는 손을 씻을 때도 필요하다.

화장실도 없다. 큰 쓰레기 봉지를 준비해서 뒤처리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

백패커들이 지켜온 'Leave No Trace(아무 행적도 남기지 말라:완벽한 뒤처리)' 문구를 잊지 말자.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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