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문점선언 '불가역' 위해선 여야 합의·비준 중요

정환보 기자 입력 2018.04.27. 21:54 수정 2018.04.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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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대중·노무현 때 합의 내용
ㆍ이명박·박근혜 때 다 뒤집어
ㆍ평화의 ‘마그나 카르타’ 돼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7일 밝은 표정으로 남북정상회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발표함에 따라 합의 내용의 지속적인 실천이 중요해졌다. 특히 남쪽에서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합의 내용을 불가역적으로 이행하려면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초당적 합의 선언이나 국회의 비준동의 등 법적 뒷받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선언문’의 지위를 부여해 한반도 평화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70년 만의 한반도 평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역사적인 공동선언을 폄훼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남북 정상 간의 공동선언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입법 등에서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선언’을 안정적으로 이행하려면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선대위 회의에서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남북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남북 합의 사항 이행 의무 명시, 이행 상황 국회 보고, 논의 과정에 국회 의결·제출권 포함’ 등을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정상회담 방송을 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합의 사항의 불가역적 이행’을 위해선 여야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청와대는 이날 “회담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게도 설명해, 초당적 지지·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합의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공동선언을 해달라”고 여야·청와대에 촉구했다. 그는 “악순환 고리를 이번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의 과정과 열매는 문재인 정권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와 한반도 미래의 것”이라고 했다.

‘남북 합의 사항의 불가역적 이행’이 중시되는 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남북 합의 사항이 휴지 조각이 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2000년 6·15 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을 각각 도출했지만 합의 내용은 이후 남측에 보수정권이 등장하고 북측이 잇따른 무력도발을 일으키면서 사실상 ‘종잇조각’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라며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남북 합의의 실효성이 지속되려면 국회 비준이나 법제화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회의에서 “이번에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나오면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사항을 담아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2007년 10·4 공동선언 이후의 시간을 “잃어버린 11년 세월”로 표현했다. 공동선언의 지속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