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의 역사 종지부 찍자" 김 위원장, 거침없는 제안 "주변국 따라올 수 있도록" 문 대통령 차분하게 화답
'차분함과 과감함의 만남'
'4.27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륜이 묻어나는 '차분함'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패기가 넘치는 '과감함'이 조화를 이루며 물 흐르듯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며 주요 의제를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렸고, 김 위원장은 시원스럽고 유쾌한 답변으로 화답하며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에 힘을 실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 위원장은 거침없는 '솔직화법'으로 대화에 임했다.
그는 "역사적인 이 자리에 오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뗀 뒤 "이 자리에서 평화.번영,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그런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을 가지고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하며 구체적인 결과물 도출에 대한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 되는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며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앞으로는 마음가짐을 잘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에 부응하자"고 강조했다.
또 "정말 진지하게, 솔직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린다"고 힘주어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진지하게 회담을 이끌어 나갔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환하다.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라고 운을 뗀 뒤 "한반도의 봄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눈과 귀가 판문점에 쏠려 있다. 남북 국민, 해외 동포들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 그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두 정상의 스타일은 사전 환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고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희망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후 10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시종 진중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