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깜짝 월북' 문재인 대통령, '국가보안법 위반' 아닌 이유

한정수 기자 2018. 4. 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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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국가 존립·안전 위협 등 전제돼야 국보법 위반..헌재 "대통령 고도의 정치적 결단엔 사법 심판 자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북쪽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뒤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과 북 양 정상은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 한반도 비핵화,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의제를 논의한다. /사진=뉴스1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잠시 북측 땅을 밟은 것을 두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를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9분쯤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한 뒤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이후 두 사람은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사진 촬영 시간을 가졌다. 이어 문 대통령이 "남측으로 오시는 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을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그곳에서 다시 악수를 했고, 이후 손을 잡은 채로 다시 남쪽으로 건너왔다.

이에 보수진영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월경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보안법 제6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사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이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일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날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판례를 통해 적화통일 노선을 추구하는 북한을 일관되게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왔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뜻한다. 실제 국가보안법은 북한과 내통하는 행위 등을 엄하게 규제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행위를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 북한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평가하는 것은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보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다. 헌재는 2004년 "이라크 파병은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한 시민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본안 판단 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 통치구조 하에서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며 "따라서 재판부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최고지도자 중 사상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남쪽에 머무는 동안은 우리나라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영토 안에서 발생한 일은 국적과 관계 없이 우리나라 법을 따라야 한다는 '속지주의' 때문이다.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와 북한군이 함께 관리하는 공동경비구역(JSA)을 일컫는다. '휴전선'으로 불리는 군사분계선이 판문점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지역은 군사지역으로 분류되며 원칙적으로 JSA 남쪽 구역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한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이남이란 점에서 행정구역상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기도 파주시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포함된다. 김 위원장 뿐 북한 주민 모두 헌법상으론 우리나라의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국제법상 치외법권이 있는 외국 원수나 외교사절 등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치외법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북한은 국가가 아닌 일종의 단체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이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역시 남북의 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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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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