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인다..서해에서 민통선까지 두 손 꼭 모은 국민들"
연평도는 북한의 도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섬 전체는 아수라장이 됐고,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에는 앞바다에서 해전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두 정상의 만남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다가올 평화를 간절히 바랐다.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은 27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역사적인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 계장은 "가슴이 벅차다. 남북 정상간 문제가 잘 해결이 돼서 더이상의 군사적 충돌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평화 위에서 어민들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남북 정상회담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기대감을 내비췄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기 불과 8개월 전에는 인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폭침 사건이 발생했다.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에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어 "지금까지는 약속을 해놓고 지켜지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합의나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행을 하는게 중요하다"며 "이번에는 두 정상에게서 이행할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고 흡족해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환담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올까 걱정하는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하고 있는 걸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금기어'라고 할 수 있는 '탈북자'와 '연평도 포격'을 직접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는 회담 찬·반 집회와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나오자 임진각관광지에 모인 대학생들은 박수와 함께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기 위해 부산·경남지역에서 온 부산대학생겨레하나 회원 40여명은 TV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했다.
대학생 소현진(20·여)씨는 "평창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면서 처음으로 한민족이라는 걸 느꼈다"면서 "그때를 계기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망대와 자유의다리 등 관광지는 남북정상회담일을 기념해 특별히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TV 생중계를 함께 보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천에서 온 송준식(70)씨는 "아직 북한에 가보진 못했다.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사람들이 왕래했으면 좋겠다. 그게 모두의 소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소풍을 왔다는 김은혜(28·여)씨는 "더 이상 위협당하는 것도, 솔직히 마음 졸이고 불편했었다"며 "시민들 생각해서 잘 됐으면 좋겠고, 아이들과 방송을 보며 이번 회담의 의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오랜 반목 끝에 찾아온 평화인 만큼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 역시 간절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김형만(65)씨는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 번에 핵 포기가 바로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고, 조금씩 차근차근 오고가고 해서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진각 출입구 인근에서는 오후 12시부터 보수단체의 정상회담 반대집회도 열렸다.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집회에서 "살인을 저지른 북한 정권과 회담은 말도 안 된다"며 "평화를 위장한 사기극이다"라고 주장했다.
임진각 망배단과 주차장에서는 회담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가 서로 욕설을 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임진각부터 운천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는 6·25 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 등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회담에서 김동식 목사 등 북한 억류자와 납북자에 대해 논의해주길 요청한다"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그들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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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고무성·전성무 기자]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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