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지구.. 창조섭리 거스른 탐욕이 있었다

이지현 선임기자 2018. 4. 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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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야외활동은 취소해야겠네요.” “오늘도 창문을 못 여나요?” 매일 아침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챙기는 게 일상이 됐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울 남산순환로를 산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사망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125만명보다 5배나 많은 70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에 대한 경고였던 셈이다. 얼마 전 한국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많은 사람이 환경문제를 실감했다.

전 지구적 생태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생태신학자들은 날씨 변화에만 관심을 쏟을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성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무한탐욕주의 사회체계를 성찰하고 하나님이 인류에게 명하신 창조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생태적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닐지라도, 그동안 성장주의의 달콤한 열매에 취해 환경·생태계 파괴를 방조하고 막아내지 못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주장하는 기독교의 가르침, 특히 창세기 1장 28절의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 때문에 지구에 대한 인간의 약탈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은 자연을 착취하고 지배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원적으로 볼 때 그것은 ‘일하고 봉사하고 지키고 돌보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다. 인간은 땅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경작하는 겸손한 농부다.

‘지구는 하나님의 집’
세계 교회는 30여년 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통해 JPIC(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가 이 시대의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감당할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연구해 왔다.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한국교회에 ‘생명목회’ ‘녹색목회’ 등의 목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경은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생태적 정의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 11: 6~8)”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생각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최근 세계 교회는 ‘환경운동’ 대신 ‘생태정의운동’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이 인간 중심적 표현인 반면 생태정의운동은 ‘인간이 생태계 일원으로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순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지구의 생태 위기를 바라본다면 인간이 자연의 가장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땅을 뒤덮은 플라스틱,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매연,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성 낙진, 대규모로 도륙되는 닭과 소…. 지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해로 신음한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지구 전체가 ‘하나님의 집’이란 생각을 한다면 물도 전기도 자연스럽게 절약하게 될 것”이라며 “생태정의운동은 하나님께서 인간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셨는지 그 의미를 찾는 신앙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생태정의운동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내 삶을 하나님께 맡기는 신앙고백이란 것이다. 또 그는 “친환경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일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이며, 그리스도인이 창조세계인 지구를 지키고 돌보는 일에 참여하는 환경선교 사역”이라고 했다.

느리지만 올곧게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의 자리에서 ‘자발적 불편’을 선택해 볼 것을 생태정의운동가들은 제안한다.

실내 적정온도를 맞춘다. 예배당이나 사무실 온도를 여름에는 시원한 옷차림(쿨비즈)에 26~28도를, 겨울에는 내복(웜비즈)을 입고 20도 아래로 낮춘다. 교인들에게 온도계를 선물해 가정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게 한다. 자율적인 자동차 2부제 참여로 차량 운행을 자제함과 동시에 노후한 경유 차량을 친환경자동차로 교체한다. 노후 보일러와 노후 전기시설을 친환경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재활용, 재사용, 되살림 문화’를 확산시킨다. 교회가 초록가게를 열고 교회 주보와 화장지를 재생지로 바꾸는 것도 할 수 있다. 부천제일교회, 서울 금천구 새터교회, 대구 하늘담은교회, 강원도 황지중앙교회 등은 아나바다고(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고쳐쓰고)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몸과 마음은 물론 땅을 살리는 ‘생명밥상 빈 그릇 실천’을 한다.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나누며, 육식을 삼가거나 음식쓰레기 배출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교회 공간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교인 가정에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선다면, 머지않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의 선물로 베풀어 주시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하나님과 이웃, 자연 앞에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환경을 해치는 습관은 고치고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음식, 입지 않아도 될 옷, 갖지 않아도 될 물건, 타지 않아도 될 차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스도인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생태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겔 47:9)”

▦녹색교회 10계명
1. 일회용품을 쓰지 맙시다
2.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3. 합성세제를 삼갑시다
4. 중고용품을 사용합시다
5. 오늘도 물, 전기를 아껴 씁시다
6. 육식을 줄이고, 음식을 절제합시다
7. 시간에 쫓기지 않게 삽시다
8. 소비광고에 한눈팔지 맙시다
9. 작고, 단순하고, 불편한 것을 구합시다
10. 십자가 정신으로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생명밥상운동 수칙
1.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2. 제철음식을 먹는다
3. 가공식품을 삼간다
4. 외식을 최대한 줄인다
5. 계획 구매해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6. 단순하게 조리해 먹을 만큼 담아낸다
7. 반찬수를 줄여 간소한 상을 차린다
8.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를 즐긴다
9. 생명 주심에 감사하며 천천히 먹는다
10. 신음하는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한다
11.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12. 배출된 음식쓰레기는 재활용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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