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종합]전문가들 "통큰 합의 좋지만..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

박상주 2018. 4.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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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벤트"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식 절충 가능성"
"남북정상회담 기대 너무 부풀어 있어"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과연 세기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선물을 안길 수 있을까. 두 정상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의 봄”을 통해 판문점을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양국 정상은 정말로 “평화와 번영”을 안기는 통 큰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27일 오전 9시 29분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남북을 가르는 파주 판문점 비무장지대(DMZ) 남북 분계선을 넘어서서 문 대통령과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지구촌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이벤트를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숱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들뜬 기대감으로 새 역사의 장을 열수도 있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냉철한 시각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 북한 간 시작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통 큰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도취에 가까운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으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무겁고 엄중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이삭 스톤 피시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 간 만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양국 정상들의 만남을 통한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가 있는 곳, 그리고 몇 달 전 있었던 곳으로부터 이동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두 지도자들이 (판문점에서 환영의 꽃다발을 전해 준) 아이들과 함께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후 이전의 긴장 상태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독일 마샬펀드’의 펠로우인 로라 로젠버거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악마는 디테일 속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로젠버거는 북한이 지난 2012년 2월 29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체결했던 ‘윤달합의’가 불과 3개월 만 깨졌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로젠버거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겠다는 윤달합의를 깬 것과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 중 일부는 “도취 상태에 가까운 낙관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어는 “단지 미디어 뿐 아니라 한국정부도 이번 이벤트를 매우 공개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대치가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는 한 발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한다”라면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리비어는 김 위원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너무 모호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서방 외교관들이 북한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북한 측의 모호한 발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이슈는 과연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갈 것이냐하는 문제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여기 우리가 (비핵화의) 길을 갈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라고 말하기를 바란다. 북한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질 것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리비어가 기대했던 내용과 유사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 되는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 우리가 지난 시기처럼 이렇게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는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를 만들자. 기대하시는 분들 기대에도 부응하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인 이 자리에 오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생각 들었다.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라고 우려했다. 앞서 12일 차 교수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략이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외교적 옵션이 고갈되기 때문에 실제 전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미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군사적 공격에 대한 말을 많이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줄 것인지보다는 대북 압박과 군사적 옵션과 관련된 문서를 만드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라고 덧붙였다.

게리 새모어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최근 아산정책연구원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미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더 많은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모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식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해체하고 한국이나 일본까지 닿는 미사일은 허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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