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메콩강 돌고래가 돌아온다

2018. 4. 2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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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이라와디돌고래, 2년 전 80마리에서 92마리로 늘어나

[한겨레]

이라와디돌고래는 강과 바다에서 둘다 서식하는 흔치 않은 포유류다.

캄보디아 메콩강에 사는 멸종위기의 돌고래 개체수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7년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개체수 조사가 실시되었을 당시에는 200여마리였던 것이 이후 계속 줄어들어 2015년에는 80마리가 되었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와 세계자연기금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년 동안 돌고래 개체수가 80마리에서 92마리로 늘어났다.

이라와디돌고래는 메콩강을 상징하는 동물로 과거에는 메콩강의 대부분 수역에서 살았지만 근래에는 캄보디아 중부에서 북부의 라오스 접경지역까지 이르는 190여㎞ 구간에만 살고 있다. 서식지 파괴와 지속가능하지 않은 어업 관행 때문에 돌고래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라와디돌고래는 다른 돌고래들처럼 뾰족한 부리를 갖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부리가 극히 짧고 이마가 불룩한 모습 때문에 강거두고래라고도 불린다. 크기도 작은 편으로 다 자라면 몸길이가 2.75m에 몸무게는 150㎏정도까지 나간다. 흰돌고래 벨루가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유전적으로는 범고래와 더 가깝다.

이라와디돌고래는 지구상에서 바다와 강 모두에서 살고 있는 세 종류의 고래류 가운데 하나다. 바다에 사는 이라와디돌고래는 인도 동부에서 보르네오섬에 이르는 바다의 해안 근처에서 사는데 특히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과 뻘물을 좋아한다. 지구상에 모두 7천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90%이상이 벵갈만과 순다르반 맹그로브숲을 중심으로 방글라데시 연안에 살고 있다.

강에 사는 이라와디돌고래는 큰 강과 호수의 깊은 물을 좋아한다. 메콩강과 미얀마의 이라와디강 등 동남아시아의 5개 큰 강과 호수에 살고 있는데, 각 개체군 모두 개체수가 많아야 100여 마리가 정도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라와디돌고래는 메콩강 중류의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지역에서 베트남의 메콩강 하구와 똔레삽호수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서 살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1월부터 5월 사이의 건기 동안 강의 유량이 줄어들면 캄보디아의 크라티에(Kratie)부터 북쪽으로 라오스 접경에 이르기까지 190㎞ 구간에 있는 9개의 물이 깊은 곳으로 몰려든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 각종 어업활동에 의해 돌고래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2~3마리씩 함께 살며, 최대 여섯 마리까지의 작은 무리를 이루어 산다. 건기에 강물이 줄어들면 몇 개의 수심이 깊은 곳에 모이는데, 이때에는 25마리가 함께 관찰되기도 한다.

악어로부터 구해준 돌고래 전설

이라와디돌고래는 활동성이 아주 강하지는 않은 편이지만 가끔씩 수면 위로 살짝 뛰어오르기도 한다. 보통 2분 이내로 잠수하는데, 위협을 느낄 경우 더 오래 잠수한다.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이며, 4~6살이 되면 다 자라며, 7~9살에 성적으로 성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는 몸길이 1m에 몸무게는 12㎏ 정도로 태어나는데, 7개월만에 몸길이는 50㎝이상, 몸무게는 33㎏이상 자란다. 암컷은 2~3년에 한번씩 새끼를 낳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는 어미가 좀 더 이른 나이부터 새끼를 낳으며, 출산 간격도 짧아진다. 어미는 새끼를 2년 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돌본다.

이라와디돌고래는 입으로 물을 1.5m 가량 뿜어낼 수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행동으로 물고기를 혼란에 빠뜨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마 이라와디강 상류와 인도 동부 칠리카호수의 어부들은 노로 배 옆구리를 두드리는 등의 방식으로 소리를 내서 이라와디돌고래를 부르면 어부가 쳐놓은 그물로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몰고온다고 한다. 나중에 어부는 잡은 물고기 가운데 일부를 돌고래들에게 나눠준다.

메콩강 유역의 사람들에게도 이라와디돌고래는 신성한 동물이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돌고래로 환생했다고 믿었고,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악어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처럼 돌고래와 인간은 사이좋게 공존했었다.

메콩강의 이라와디돌고래들은 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인간 활동에 의해 간섭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들의 개체수와 서식영역이 꾸준히 감소해왔다. 게다가 캄보디아에서 내전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폭발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내전 기간에는 돌고래가 사격훈련을 위한 표적이 되기까지 했다. 그런 폭발물은 돌고래에게도 치명적인데, 아직도 폭발물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다.

요즘에는 그물에 걸려죽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물을 이용한 어업활동이 늘어났다. 캄보디아 어민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그물은 굵은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돌고래들은 초음파를 이용하는 반향정위를 통해 이를 감지하고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값싼 나일론 그물을 많이 쓰게 되었는데, 그물을 만드는 섬유가 훨씬 가늘어져 돌고래가 감지하기 어려워졌다. 1995년에서 2001년 사이에 38마리가 죽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 가운데 74%가 그물에 걸려죽은 것이었다.

이라와디돌고래가 메콩강에서 뛰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또한 크물코 크기가 작은 나일론 그물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어민과 돌고래 모두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었다. 메콩강을 항해하는 선박이 내는 소음과 전기를 이용하는 불법 어로행위도 돌고래들에게는 큰 위협이다.

근래 들어 메콩강 상류의 중국과 라오스 등지에 댐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건기에는 유량이 급격히 줄어 물고기와 돌고래 모두 서식처가 감소된다. 또한 물고기와 돌고래 이동에도 장벽이 된다. 강이 오염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돌고래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었고, 인구가 늘어나고 각종 개발이나 관광이 증가하면서 메콩강의 선박 통행이 늘어나 돌고래의 스트레스와 질병이 늘어나기도 하며, 선박과 충돌로 돌고래가 죽기까지 한다.

이라와디돌고래를 보호하려는 각계의 노력으로 2012년 1월에 캄보디아 크라티에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고래류전문가그룹을 비롯해 여러 고래 학자와 병리학자, 수의학자, 정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이라와디돌고래 보호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에 따라 돌고래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만들어지고, 돌고래 생태관광도 활성화되었다. 또한 크라티에에서 라오스 국경까지의 돌고래 서식구간이 돌고래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불법 그물 단속 효과 봤다

이후 캄보디아 당국과 환경단체,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돌고래 보호에 힘쓰고 있다.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강순찰대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지난 2년 동안 358㎞에 달하는 불법 그물이 당국에 의해 압수되었다. 최근에는 돌고래를 보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돌고래 관광선박을 운영하는 업자들도 돌고래 밀렵이나 불법적인 설치된 그물을 당국에 신고하기도 하는 등 돌고래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덕분에 2010년부터 돌고래 개체수가 안정화되었으며, 새로 태어나는 새끼 숫자가 증가했다. 2007년 이후 해마다 5~12마리가 새로 태어났다. 이와 동시에 사망률도 줄어들었는데, 2015년에는 9마리가 죽었던 것이 2016년에는 6마리, 2017년에는 2마리로 줄었다. 반면에 2017년에는 9마리가 새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메콩강에 사는 돌고래들의 앞날이 마냥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구과 각종 개발이 늘어나면서 인간에 의한 간섭은 커지고 있으며, 폭발물과 전기, 독극물 등을 이용한 각종 불법적인 어업활동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라오스와 중국 등이 메콩강 상류에 여러 개의 초대형 수력발전댐을 만들 계획이라 하류의 강 생태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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