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감격·희망·경계..역사적 만남에 쏟아진 시민들의 '눈'(종합)

이관주 2018. 4. 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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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민영 기자, 송승윤 기자, 이승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았다. 시민들은 TV 생중계를 통해 11년 만의 남북정상 만남을 생생히 지켜봤다.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모습에 감격하거나 눈시울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만남에 큰 기대감을 보이는 한편,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역사적인 만남, 시민들의 반응도 그만큼 다양했다.

◇두 정상 ‘악수’에 쏟아진 ‘박수’…“가슴이 뭉클”= 27일 오전 9시 서울역.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생중계가 이뤄지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삼삼오오 모여 정상회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큰 기대감을 찾아볼 수 있었다.

판문점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전파를 타자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원했다. 시민 김모(70)씨는 "국민 모두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 염원을 받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세대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많이 속아오고 당해오질 않았나. 그런 과오를 반복하질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상회담이 5분 앞으로 다가오자 텔레비전 주위는 인파로 둘러싸였다. 이윽고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순간,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진짜 만났다" "대단하다"는 반응 속 시민들은 뭉클한 마음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일본에서 온 한 60대 여성은 "다른 나라이지만 정말 뜻깊은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한국에서 맞이하니 괜히 눈물이 난다"고 감격했다. 전북 전주로 여행을 가던 장보영(32)씨도 "뭉클하다. 옛날에는 핵실험하고 그래서 긴장이 많이 됐는데 정상이 만나니 평화 통일에 가까워졌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향민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은 시민도 있었다. 이모(56)씨는 "양국 정상이, 특히 한국에서 만났다는 게 감격스럽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생전에 북에 계신 친척들을 많이 언급하셨는데 오늘 이 모습을 보셨다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같은 시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박수가 쏟아졌다. 몇몇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두 정상이 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나란히 입장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최유라(42ㆍ여)씨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순간 뭉클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평소엔 느끼지 못했는데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 조광숙(59ㆍ여)씨는 "북과 대화를 할 때는 명확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북의 화전양면 전술을 잊지 말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진행될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고양=강진형 기자aymsdream@

◇2030 청년들, “경제 좋아졌으면”= 청년들의 시선은 남달랐다. 비핵화와 평화 정착뿐 아니라 경제성장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외여행을 취미로 삼는 세대 답게 '북한 여행'이라는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실리적인 세대로 대변되는 '2030'(20~30대)은 남북정상회담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저성장의 굴레에 빠진 우리 경제가 다시금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회사원 김효연(37ㆍ여)씨는 "소위 '북한 리스크'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평화를 넘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은주(29ㆍ여)씨는 "평화 정착과 함께 경제도 성장하고, 끝내 통일이 이뤄져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가 커지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5ㆍ남)씨는 "취업 준비를 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가 재개 돼 청년 취업시장에도 훈풍이 불길 기원한다"고 희망했다.

여북한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취업준비생 김애린(24ㆍ여)씨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일반 시민도 판문점 너머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30은 갑작스레 찾아온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어리둥절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한 '평화 통일'을 염원했다. 직장인 김문성(28ㆍ남)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개발을 추진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회담 결과가 좋게 나와서 한반도의 평화가 반드시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대전에 사는 류신영(28ㆍ여)씨는 "9년 간의 남북 빙하기를 거쳐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며 "이 봄이 여름이 되어 결실을 맺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했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현욱(32ㆍ남)씨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화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정상회담을 개최했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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