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정상, 배석자 없이 도보다리 산책.. '결단' 주고받나

강준구 기자 입력 2018.04.27. 05:06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압축·상징적 일정들로 꽉 채운 '역사적 하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김 위원장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북한 최고지도자다. 남북 정상은 두 차례 회담과 기념식수, 산책, 환영만찬을 하고 정상회담 합의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독대서 오전 회담 상기하며 비핵화 합의 이끌어 낼 수도
1953년생 소나무 공동 식수 후 한강·대동강 물 뿌리고
환영만찬 후 환송행사에선 ‘하나의 봄’ 주제 영상 관람

2018 남북 정상회담은 하루에 끝난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은 2박3일간 진행됐다. 정부는 27일 정상회담을 압축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일정들로 채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보로 군사분계선(MDL)을 건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단둘이 산책하는 장면은 정상회담 일정의 백미로 꼽힌다. 두 정상은 함께 산책하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기념식수도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양 정상은 27일 오후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환담한다. 도보다리는 정상 산책을 위한 확장공사를 끝냈으며, 다리 끝에 위치한 MDL 표식 앞에는 두 정상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의자와 탁자가 마련됐다. 두 정상은 배석자 없는 산책에서 처음 만난 소회 등을 나누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의 독대는 비핵화 합의 도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 정상은 오전 정상회담 내용을 환기하고 모종의 ‘결단’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 제재 완화와 같은 큰 그림을 그려 나가자고 타진하고,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응하는 한·미 양국의 대응과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구상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산책하는 동안 아무도 따라붙지 않을 계획”이라며 “두 분이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정상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9시30분 도보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이 MDL을 넘는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한다. 두 사람은 악수와 포옹으로 정상회담 시작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한 시 선보였던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장인 판문점 광장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을 받고 양측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환영식이 끝나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방명록에 서명하고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다. 이어 잠시 환담한 뒤 2층 정상회담장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만큼 김 위원장 방남 1시간 만에 바로 회담에 돌입하는 초고속 일정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회담을 하루 연장하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회담 일정이 종료되면 양 정상은 따로 오찬을 한다. 오전 회담 내용을 참모들과 논의하고 오후 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타임이다. 오후 회담에서는 3대 의제 가운데 비핵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나머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제는 이미 사전 조율 과정에서 상당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정상 선언의 수위가 결정된다.

임 실장은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하고, 그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걸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북·미 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마지막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미국의 생각도 듣고 왔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오후 회담에 앞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경로에 조성된 ‘소떼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심는다. 임 실장은 “식수목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라며 “소나무 식수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문 대통령은 대동강물을 각각 나무에 줄 예정이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양 정상의 서명이 새겨진다.

이어 도보다리 산책을 한 뒤 오후 6시30분부터 평화의집 3층 식당에서 환영만찬이 개최된다. 만찬에는 북한의 공식수행원 9명 외에 김 위원장을 직접 보좌하는 핵심 참모진 등 25명 내외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질 환송행사에서는 양 정상이 ‘하나의 봄’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상을 관람한다. 임 실장은 “남북 정상이 나눈 진한 우정과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을 전 세계인도 함께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끝으로 하루 동안의 짧은 기간 공식행사는 모두 마무리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이날 판문점 일대에서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올 때 문 대통령이 맞이할 장소, 정상 간 악수 방식, 사진촬영 장소 등을 검토했다. 또 막 보수공사를 끝낸 평화의집에서 ‘새 집’ 냄새를 빼내기 위해 난방온도를 최대한 높이고 양파와 숯을 곳곳에 깔아놓았다. 선풍기도 10여대 동원해 환기 작업을 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판문점 안에 있는 중유탱크 내의 기름도 빼냈다. 유엔사령부도 수색견과 지뢰제거반을 투입해 위험물 탐지작업을 실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