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 수사의 결말.. KT 이석채 결국 무죄

신수지 기자 입력 2018. 4. 27. 03:07 수정 2018. 4. 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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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사퇴압력 맞서다 미운털.. 1심 무죄, 2심 유죄 등 4년 '곡절'
자원개발 비리·포스코·KT&G 등 다른 하명수사 의혹도 줄줄이 무죄

이석채(73) 전 KT 회장이 26일 파기환송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긴 지 4년여 만이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으로 바뀐 뒤 사퇴하지 않다가 6개월 동안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 보복 수사란 말이 나왔는데 결국 무죄로 끝난 것이다.

무죄 선고 직후 이 전 회장은 서유열 전 KT 사장 등 측근들과 얼싸안았다. 서 전 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이 전 회장에게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 수사는 박근혜 정권 초인 2013년 10월 시작됐다. 이명박 정권에서 KT 회장에 선임돼 연임까지 한 이 전 회장은 당시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퇴하라'는 압력에 맞서고 있었다. 검찰 수사가 이듬해 4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다. 그러나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검찰은 이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지인이나 친척이 운영하는 3개 회사 주식을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원 손실을 끼쳤다(배임)는 것이다. 회사 임원들에게 수십억원의 수당을 지급한 뒤 그중 일부를 되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썼다(횡령)는 혐의도 있었다. 6개월간 이 전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진 결과가 그 정도였다.

1심은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고 볼 수 없고, 이 전 회장 친척 회사 등에 대한 투자도 합리적 의사 결정"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횡령 부분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비자금 상당 부분을 회사를 위해 지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횡령 혐의도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취지에 따라 전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하명 수사의 예고된 결말"이란 말이 나온다. 충분한 내사 없이 정권 의중에 맞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자원 개발 비리, 포스코, KT&G 수사 등 지난 정권에서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졌던 다른 사건에서도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배임죄 수사·기소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임죄는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것'이다. 그러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손실을 가져온 경영자의 판단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동안 기업 수사를 하다 로비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면 배임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전 회장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도 배임죄였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주요 배임죄 사건에서 상당수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작년 1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심에서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41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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