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 성장, 소비에 달렸다

하현옥 2018. 4. 27. 0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출·설비투자는 살아났지만
부진한 민간소비·일자리가 발목
도소매·음식숙박업은 0.9% 후퇴
2년째 3%대 달성할지 미지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3.0%다.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국내외 기관의 예상대로 경제가 순항한다면 2년 연속 3%대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그 향방을 가늠할 첫 번째 성적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395조9328억원(계절조정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1.1% 증가했다. 시장이 예상한 1.0%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8%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0.2%)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깜짝’ 성장이다. 3% 경제 성장을 향한 첫 번째 허들을 가뿐하게 넘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0.77~0.82%에 머물면 연 3%대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분기 경제 성장을 이끈 것은 수출과 설비투자다. 수출은 기계장비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늘어나며 전 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전 분기보다 5.2% 늘었다. 선박·항공기 등 운송장비와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덕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 등으로 건설투자도 전 분기에 비해 2.8% 증가하며 ‘반짝’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며 거래와 관련한 부대 비용 등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소비(지출)는 전 분기보다 2.5% 늘며 2012년 1분기(2.8%) 이후 24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서 병원 이용이 늘었고, 이 결과 건보 지출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1.9%)과 건설업(3.3%)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0.9% 감소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미세먼지와 한파 등의 영향으로 외부활동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생산 부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서비스 부문의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의 산뜻한 출발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고용 부진과 투자 약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내수와 수출 모두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부담은 풀리지 않는 민간 소비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는 4분기 만에 최저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도 실제 가계나 개인의 손에 들어오는 돈이 적다 보니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5%를 기록하며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6%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2655만5000명)는 1년 전보다 11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늘어나는 가계 빚 부담도 소비 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45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시장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게 돼 소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투자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설비 투자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건설 투자도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해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주거용 건물 착공 면적이 줄어들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지난해보다 14.2% 줄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은 건설 투자가 늘었는데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신규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