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G 굴기 방관 못해".. 美, ZTE 이어 화웨이에 칼 뺐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뉴욕=김현석 2018. 4. 2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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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위반 조사 나서
5G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핵심
中, 기업 앞세워 상용화 속도내자
美, 잇단 제재로 자국산업 보호
"거래막힌 ZTE, 생산 차질
수개월내 파산 가능성" 우려

[ 베이징=강동균 특파원/뉴욕=김현석 기자 ]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중국 1위 스마트폰업체인 화웨이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혐의로 조사받은 뒤 미국산 부품을 7년간 사용할 수 없게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처럼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앞장서온 ZTE와 화웨이의 손발을 묶고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美 기업 거래 금지 등 강력 제재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이란 제재 위반과 관련한 범죄 혐의를 잡고 화웨이를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벌금과 제재뿐만 아니라 ZTE처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1위(점유율 27%)이자 스마트폰 3위 업체로, 퀄컴 등으로부터 통신칩 등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등 미국산 부품 조달이 막히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생산도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국가 안보를 앞세워 화웨이 등을 견제해왔다. 중앙정보국(CIA) 등은 지난 2월 해킹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쓰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미국과 중국 증시에선 퀄컴 등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생존까지 위협받는 ZTE

중국은 초비상이다. 중국 정부는 통신장비업체 ZTE에 이어 화웨이까지 제재를 받으면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의 생산 차질은 물론 5G 통신망 상용화 계획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26일 WSJ 기사를 일제히 속보로 전하면서 “중국 첨단기술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에 앞서 지난 17일부터 미국 기업과의 부품 거래가 전면 금지된 ZTE는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미 상무부가 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처음 ZTE와 미국 기업 간 부품 거래를 금지했을 때 중국 정부와 ZTE의 반발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는 정도의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와 ZTE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미 정부의 제재로 인한 타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법적인 권익을 지켜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ZTE가 보유한 미국산 부품 재고는 1~2개월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ZTE는 퀄컴과 인텔, 브로드컴 등 미국 거래처와 전화 통화, 기술 교류도 금지된 상태”라며 “이미 생산라인은 거의 멈춰섰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ZTE가 수개월 뒤 파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는 미 정부의 조사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 법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과 관련된 수출과 수입이 금지되는 것을 넘어 전면적인 행정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의 하이테크 패권 전쟁

미국 법무부가 ZTE에 이어 화웨이까지 조사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꼽히는 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조사에서 중국은 5G 기술을 가장 잘 준비한 국가 1위에 뽑혔다. 미국은 한국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미국이 중국의 5G 질주를 새로운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서가려면 5G 통신망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5G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해온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분야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와 ZTE를 양대 축으로 세워 5G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5G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출시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컨설팅 전문회사인 핀센트메이슨은 “5G 기술은 미국 등 서방국가가 장악했던 통신시장에서 중국이 선두로 도약할 새로운 기회”라며 “ZTE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첨단기술산업의 세계 리더가 되려는 중국의 꿈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 반도체산업 육성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반도체 등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의 2차 자금 조달을 시작했다. 이 펀드는 ‘반도체 굴기’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국유펀드다. 1차로 조달한 1400억위안은 ZTE와 반도체회사 SMIC 등 중국 상장기업 20여 곳에 지원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반도체 굴기의 지원군으로 등장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 강연에서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지배력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알리바바는 지난 4년간 반도체 회사 5곳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항저우의 반도체 제조회사 C-스카이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했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투자는 미국과의 통상전쟁으로 반도체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한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뉴욕=김현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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