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단독 인터뷰] 박봄 "난 마음 아픈 사람, 마약 고픈 사람 아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2018. 4. 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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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ADD 앓아 · 마약 밀수범? 미국선 흔히 쓰는 치료제 · 친언니보다 나이 많다는 게 말이 되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은 왔지만 ‘박봄’은 여전히 겨울왕국에 있다.

25일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는 느닷없이 ‘박봄’을 영접했다. 24일 밤 MBC ‘PD수첩’에서 그룹 2NE1 출신 박봄의 암페타민 밀반입 사건이 재조명돼 벌어진 일이다. 낭보가 아니라 낙망한 일이다. 그렇게 대한민국 연예인 공인(?) 마약 사범이 돼 버린 박봄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강제소환됐다.

2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스포츠경향’은 박봄을 만났다. 25일 그의 소재를 수배해 자정 쯤에야 연락이 닿아 심야 미팅 끝에 마련된 자리라 극비와 보안이 필요한 만남이었다. 활동을 접은 지 5년 만에 기자와 마주한 박봄은 ‘컴백’ 발표여야할 자리에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마치 죄인이 따로없는 표정이었다.

가수 박봄이 26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5년의 ‘백수’ 생활이 그녀에게 남긴 것은 처절함이고, 그녀가 버텨낸 모습은 처연함이다. 박봄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몇개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암페타민으로 특정된 마약이다.

“지인이 연락을 해와 부모님과 함께 ‘PD수첩’을 봤다. 이제 마약이란 단어에 해탈하셨는 지 한숨만 내쉬시더라. 그런 부모님 뵙기가 너무 힘들다. 처음에 마약 얘기가 불거졌을 때, ‘너 정말 했냐’고 물으셨지만 이젠 그냥 한숨만 내쉰다.”

이틀전 기억이 생생한 박봄은 “한번이라도 마약 해보고, 저런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 저 정말 마약해 본 적이 없다.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개인적인 병이 있다. 중·고 시절부터 약을 먹어야 했다. ADD(주의력 결핍증, Attention Deficit Disorder)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발명왕 에디슨도 걸렸던 병이라더라. 최근에 병명이 알려지긴 했지만, 맞는 약이 없다. 그래서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약을 먹고 있다. 맞는 약이 아니다 보니 병을 버텨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병을 밝히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여긴 것 같다.

“아데랄(Adderall,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된 혼합제제)을 들여오다가 마약 밀수범이 됐다. 미국에서는 나 같은 병의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약이다. 반입 과정에서 일정정도 제 무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이 약을 100% 암페타민이라고 얘기하니 답답하다. 마약이라니 병 치료를 위해 먹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박봄은 실수로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오랜 기간 자신에게 멍에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박봄은 ‘PD수첩’ 방송 후 장문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그것을 올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기자에게 그 내용을 공개했다. 박봄은 그 글의 마지막에 “그저 마음 아파 하느라, 또 용기를 내어 빨리 쓰지 못해서, 이런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사회적 오해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런 오해를 불러와서 죄송하다는 말이다.

가수 박봄이 26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박봄에 대한 오해는 황당한 이슈를 생산하기도 했다. 25일 불거진 나이 논란이다. 이에 박봄은 “제 친구들에 물어봐라. 84년 생으로 34살이다. 내가 우리 언니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말이되나”라고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그러나 박봄에게 주어진 악화는 그녀에게 양화를 만들게 했다. 박봄은 “노래를 놓은 지 5년이다. 하도 욕을 먹다보니 가수도 하기 싫었다. 그런데 ‘PD수첩’ 방송 후, 가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오해에 주눅들어 내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잘 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를 키워준 YG가 고맙고,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밉지 않냐고 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또 나 때문에 맘 고생한 부모님에게 가수로 재기해 성공해서 큰 빌딩을 사드리고 싶다”고 천진난만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가수 박봄이 자신의 SNS에 올리려다 보관한 심경글.

박봄은 5년 만에 만나는 기자 앞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주색 드레스와 청 재킷으로 멋을 부리고 나왔다. 그녀는 “이 옷, 5년 전에 산 옷이다. 5년 동안 옷도 제대로 사지 않았다. 길거리를 다닐 때도 사람들이 뭐라 할 까봐 신경을 쓰면서 살았다. 차도 없으니 사람들과 부딪히며 그렇게 다녀야 한다. 잘 못마시는 술도 먹을 때가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억지로 버텨내고 있다. 제 사정을 많이도 아니고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다시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지켜봐주시면 안될까?”

노래를 빼앗긴 박봄에게도 봄은 올텐가!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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