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앞두고 "아이 봐달라"vs"우리도 쉬고싶다" 눈치싸움

김유아 입력 2018. 4. 26. 15:10 수정 2018. 4. 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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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하게 아동을 등원시켜야 하는 학부모는 회신 부탁드립니다'

부산의 직장맘인 이모씨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이 내민 등원 조사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공지를 받은 두 아이 엄마 정모씨는 "30일 징검다리 휴일은 근로자에게도 그림의 떡인데 이날마저 통합보육으로 대체한다니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씨(32)는 근로자의 날 등원 수요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만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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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어린이집은 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화요일이어서 4월 30일 월요일을 '샌드위치 데이(징검다리 휴일)'로 정하고 이날도 통합보육을 실시한다며 수요조사서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사진=독자 제공

'부득이하게 아동을 등원시켜야 하는 학부모는 회신 부탁드립니다'
부산의 직장맘인 이모씨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이 내민 등원 조사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하지만 선뜻 "등원 O"라고 적지 못했다.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우리도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눈치를 준 터였다. 이씨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자니 교사 눈치 봐야 하고 아이 때문에 휴가를 내자니 회사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놨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앞두고 학부모와 어린이집간에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도 출근하는 학부모는 아이를 맡기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은 미리부터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쉬게 해달라'는 통신문에 눈치
26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자로 분류되는 어린이집 교사는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있다. 다만 어린이집이 휴원해도 보호자가 보육을 원하면 당직교사가 전 연령의 아이들을 돌보는 '통합보육'을 해야 한다. 따라서 통합보육 수요조사를 하는 것이다.

통합보육 수요조사서는 일부 학부모에게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전언이다. 직장맘 김모씨(37)는 "'어린이집측이 휴원해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며 겁을 주거나 '쉬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가정통신문이 적지 않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라며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만 쉬다 보니 괴리감도 든다"고 전했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근로자가 아닌 교육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휴원하지 않는다.

올해는 4월 30일 월요일에도 통합보육을 실시한다는 어린이집이 있다. 징검다리 휴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공지를 받은 두 아이 엄마 정모씨는 "30일 징검다리 휴일은 근로자에게도 그림의 떡인데 이날마저 통합보육으로 대체한다니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이틀씩 직접 돌보기도 무리지만 아이를 등원시키려니 걱정이 앞선다는 정씨는 "나이별 학급 인원이 달라 내년에 아이가 진급했을 때 학급 수용 인원이 초과되면 우리 아이더러 나가라고 할까봐 두렵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보육에 "우리도 쉬고 싶다"
보육교사들은 "근로자의 날에 보육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당직은 당연하다"면서도 휴식은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씨(32)는 근로자의 날 등원 수요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만 졸인다. 김씨가 맡은 반 아이가 많이 나올 경우 1일 당직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쉬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있다"며 "짧은 방학에 근로자의 날이라도 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집의 열악한 휴일 근무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남의 한 사립 휴일보육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박모씨(27)는 국가가 지원하는 휴일 수당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원장이 당직 휴일 수당을 당직 교사에게 주지 않고 교사 전체의 다과 비용으로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휴일보육 어린이집 당직 교사에게 1인당 5만원을 지원한다. 박씨는 "'휴일 당직'이라 쓰고 '봉사'라고 읽는다. 당직 수당 지급에 대한 감시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팀장은 "아이 보육권과 교사 근로권 모두 중요하다"며 "교사 근로권이 보장돼야 아이를 안전하게 보육할 수 있는만큼 지역사회와 정부 등이 함께 보육교사 근로권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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