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데크길을 품은 푸른 숲길

2018. 4.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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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악구 관악산 무장애 숲길 5.5㎞

자연과 생활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서울 길을 천천히 둘러보자

아무런 의미 없이 서울의 쉼표가

되어도 좋지 않은가

관악산 무장애숲길

‘서울을 걷다’는 서울의 자연과 생활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길을 걸으며 서울을 천천히 둘러보려는 뜻을 담고 있다. 걷기 위해서 걷는 게 아니다. 보고 느끼고 쉬기 위해 걷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 없이 서울의 쉼표가 되어도 좋겠다.

관악산 무장애 숲길에도 신록이 물들고 진달래꽃이 피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 ‘봄 소풍’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경사도 8% 미만(장애인 시설 설치 기준)으로 데크길을 만들어 유모차나 전동휠체어(일반 휠체어는 오르막 구간에서 힘들 것 같다.)도 다닐 수 있다.

무장애 숲길까지 가는 길

관악산 무장애 숲길이 시작되는 곳은 관악산공원관리사무소 건물(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약 300m 거리)에서 관악산공원 현판이 걸린 큰 문을 지나 1.8㎞ 정도 가면 나온다.

관악산공원관리사무소 건물 옆에 있는 관악산 시도서관을 출발 장소로 삼았다. 관악산 시도서관은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신분증을 맡기고 시집을 빌릴 수도 있다. 숲길 쉼터에서 시 한 편 읽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겠다. 돌아갈 때 지정된 시간 안에 시집을 반납하고 신분증을 찾으면 된다.

포장된 길을 걷는다. 물레방아 부근에 ‘야외식물원·물놀이장’과 ‘연주대·호수공원·제1광장’ 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가 있다. 연주대 방향으로 가면 포장된 길을 계속 걷게 된다. 야외식물원 방향으로 가면 꽃과 나무, 나무 그늘 아래 쉼터, 관악산 계곡 물놀이장이 있는 ‘관악산공원 나들이 숲’을 만난다(포장된 길에서 ‘야외식물원·물놀이장’으로 들어가는 곳에는 낮은 턱이 있고, 야외식물원에 포장되지 않은 길이 있어 휠체어가 다니기에 불편하다). 야외식물원으로 빠진 길은 다시 포장된 길을 만난다.

관악산 공원 물놀이장

‘연주대·관악산 계곡 나들길’ 방향과 ‘제1광장·삼성산’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에서 ‘제1광장·삼성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150m 정도 가다보면 길은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은 성주암 가는 길이고 왼쪽은 깔딱고개, 삼막사, 연주대 등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길로 200m 정도 가면 관악산 무장애 숲길이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무장애 숲길

관악산 무장애 숲길이 시작되는 곳은 데크로 만든 쉼터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다. 관악구에 따르면 관악산 무장애 숲길은 1.3㎞ 전 구간을 경사도 8% 미만(장애인 시설 설치 기준)으로 만든 데크길이다. 그중 550m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오르막 데크길이다.

화장실이 있는 쉼터에서 조금만 가면 잣나무 쉼터가 나온다. 그곳에서 길이 도토리 쉼터 방향과 바위 쉼터 방향으로 갈라진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바위 쉼터에서 만난다. 데크길을 품은 숲에 연둣빛 물이 올라 온통 푸르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피어난 진달래 붉은 꽃잎에 햇빛이 비쳐 반짝인다.

관악산 진달래

바위 쉼터에는 하트 모양의 바위가 있다. 이른바 ‘하트바위’라고 하는 그 바위는 일부러 깎고 다듬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석 그대로다. 바위 쉼터에서 지그재그로 설치된 오르막 데크길이 시작된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시야가 트이는 곳이 있다. 서울대와 관악산 능선을 함께 볼 수 있다.

550m 정도 올라가면 관악산 무장애 숲길이 끝나는 곳이자 정자가 있는 정상쉼터가 나온다. 전망 좋은 곳이다. 여의도에 있는 IFC빌딩(국제금융센터), 63빌딩과 북한산, 남산 등 먼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내려와서 맛보는 음식

출발 지점이자 도착 지점인 관악산 시도서관 주변에 식당과 가게가 있지만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역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전철역 주변 상가 지역의 흔한 풍경 속 식당이 곳곳에 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한 블록 북쪽으로 가면 봉천로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 동쪽 도로 양쪽에 식당들이 있다. 생선구이, 주꾸미, 회, 순댓국, 보쌈, 콩나물해장국, 홍어삼합 등 식당마다 내건 대표 메뉴가 거의 겹치지 않는다. ‘행운동 먹자골목’이라는 아치형 간판을 세운 골목도 보인다.

그중 콩나물해장국으로 이름을 알린 ‘완산정’으로 하산 뒤풀이를 하러 갔다. 메뉴판 가장 위에 적힌 전주콩나물해장국을 시켰다. 홍어회, 홍어무침, 홍어찜 등 홍어요리와 보쌈, 모주도 판다. 뚝배기에 펄펄 끓는 해장국이 담겨 나온다. 총총 썬 김치와 콩나물, 동동 뜬 달걀노른자가 한 뚝배기에서 어우러져 맛이 완성된다. 곱게 다듬어진 맛이 아니다. 털털한 맛이다. 산에 피어난 신록도 진달래꽃도 아니다. 발치에서 아무렇게 자라난 거친 풀이다.

땀을 흘리며 한 뚝배기 다 비우고 나서 가게에 걸린 액자를 보았다. 2010년 방송에 소개됐는데, ‘40년을 함께한 콩나물해장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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