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土 내리는 날엔..여전한 '봄의 불청객' 황사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8. 4.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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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물 8잔 마시기..제약업계 황사 마케팅 봇물

황사가 처음 등장한 문헌인 《삼국사기》 신라본기(174년)에는 ‘春正月 雨土’라고 기록돼 있다. ‘정월 봄에 흙비가 내렸다’는 의미인데, 흙비란 지금의 황사가 섞인 비를 의미한다. 황사가 오랜 기간 우리에게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황사는 카자흐스탄·내몽골·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생한 모래 또는 흙먼지가 한반도는 물론 일본과 멀리는 북미 지역까지 영향을 주는 자연현상이다. 사막이 건조해지는 3~4월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이동한다.

긴 세월 동안 기후 변화와 경지 개간으로 사막화가 더 진행됐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한때 공동으로 나무를 심기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중국은 사막 지역에 12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했으나, 바람이 너무 세서 나무 대부분이 뽑히거나 모래에 파묻혔다. 이런 탓에 요즘 황사는 봄뿐만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나타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황사에 섞여 있는 중금속이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에서 배출한 대기오염 물질이 황사에 묻어오는 것이다. 황사엔 비소·크롬·규소·납·카드뮴 등 중금속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세균·곰팡이도 섞일 수 있다. 이런 유해물질로 사망률이 1.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경남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어린이는 황사 기간에 폐 기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식이 있는 아이는 입원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성인도 이 기간에 뇌졸중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늘었고, 호흡기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2년부터 황사 예·특보제를 시행하면서 황사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황사가 예측되면, 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외출한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에 존재하지 않는 중금속이 몸에 차곡차곡 쌓여 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킨다. 중금속은 주로 호흡기와 소화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다. 따라서 호흡기와 소화기의 방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흡기·소화기 강화법 6가지

호흡기와 소화기의 방어력을 높일 방법으로 의사들은 6가지를 권장한다. 첫째, 적어도 하루 물 8잔 정도를 마신다. 황사에 가장 취약한 조직은 호흡기인데, 수분이 부족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유해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하루에 1~2리터의 따뜻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과 제철 과일·채소를 먹는다. 모래 먼지나 중금속은 장을 통해서도 몸으로 흡수된다. 유해물질 배출을 위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채소·해조류가 도움을 준다.

셋째, 열량 섭취를 조금 늘린다. 과일과 채소만 먹다 보면 전체 섭취 열량이 줄어들 수 있다. 황사가 많은 시기에는 평상시보다 열량 섭취가 줄지 않도록 동물성 식품 섭취를 조금 늘리거나 간식 등으로 열량을 100~200kcal 높이는 것이 좋다. 넷째,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봄철은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몸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시기다. 즉 에너지 요구량이 늘어나므로 반드시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장은 음식물이 들어오면 바로 움직이고 영양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제때 식사하지 않으면 장의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다섯째,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황사가 심할 때는 실외 운동을 오래 하기보다는 실내에서 빠르게 걷기, 근력 및 유연성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황사가 심하다고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나쁜 물질을 없애주는 몸의 기능도 떨어진다. 여섯째, 스트레스를 잘 조절한다. 황사가 심한 시기에 감정조절을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이 빨라져 나쁜 물질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깨끗한 찬물에 눈 대고 깜빡거리기

황사에 묻어온 중금속은 눈의 각막이나 결막을 손상시켜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황사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꼭 외출해야 하면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눈이 충혈되고 이물감이 느껴지며 눈물이 많이 난다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서 일시적으로 증세를 가라앉힐 수 있다. 이후 안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병원에서는 혈관수축제·항히스타민제·항염증제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김미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스스로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백내장·상피세포 손상 등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안약은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사 발생 대비 행동 요령

•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급적 외출을 삼간다.(특히 천식환자, 노인, 영아, 호흡기질환자 등)
• 황사가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 등을 닫는다.
• 외출 시 보호 안경, 마스크, 긴 소매 옷을 착용한다.
•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한다.
• 외출 후, 귀가 후는 미지근한 물로 눈을 깨끗이 씻어내고 물을 충분히 마셔서 눈물이 원활히 분비되도록 한다.
• 실내공기의 정화 및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에 습도를 높인다.
• 귀가 후 반드시 손과 발 등 몸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한다.
•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한 후 섭취한다.
• 식품가공, 조리 시 종사자의 철저한 손씻기 등으로 2차오염을 방지한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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