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빨려들어간 크린넷, 도입부터 의문투성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8. 4. 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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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로로 쓰레기 운반, 관련 법규는 미비
- 2008년 무렵부터 우후죽순처럼 도입
- 종량제 봉투 쓰는 한국서 고장 잦아
- 아이들 쓰레기 배출시 위험 노출도
- 재난 대응책 없어…쓰레기 대란 우려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어제 저희가 방송 끝부분에 짤막하게 전해 드린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별내신도시의 크린넷 사망 사고였죠. 그러니까 한 30대 남성 노동자가 크린넷이라고 불리는 쓰레기 자동 집하 시설을 점검하려고 크린넷 통 속으로 머리를 넣자마자 내부에서 흡입기가 작동을 하면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숨진 그런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사고 직후에 그 현장을 다녀오신 분, 어제 연결해서 정황 중심으로 설명을 어제는 드렸는데요. 하루 종일 파장이 상당했습니다. 전국적으로 200만 세대가 이 크린넷 시설을 지금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 지어지는 신도시에 점점 더 이 시설을 채택할 수 있는데. 이대로 괜찮은 건지 좀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수소문해 봤어요. 이분 연결합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 만나보죠. 소장님, 안녕하세요?

◆ 홍수열>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 크린넷이라는 게 신도시에만 있는 시설이라면서요?

◆ 홍수열> 공기를 통해서 지하에서 쓰레기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신도시를 지을 때 하수구를 깔듯이 새롭게 설치해야 되는 인프라거든요. 그래서 기존 아파트 단지에는 설치하기 힘든 시설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서 이 크린넷 통 속으로 버리면 그다음에 어떻게 되는 거예요?

◆ 홍수열> 기존의 쓰레기는 그냥 차에 실으면 차로 운반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쓰레기를 투입구에 집어넣으면 지하로 떨어져서, 지하 관로를 통해서 우리가 청소기로 먼지를 공기로 빨아들이듯이 진공 상태에서 공기로 빨아들이면 쓰레기가 공기의 압력을 통해서 이동하는 그런 방식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집에서 변기 쓰고 물 내리면 그 물이 다 관 따라가지고 하수구 따라서 하수처리장으로 가듯이, 오물 처리장으로 가듯이. 아파트 앞에 설치된 크린넷에다가 쓰레기를 버리면 그 쓰레기가 다 관을 타고서 한 집하장으로 쓰레기 수거장으로 모이게 돼 있는 거군요.

◆ 홍수열> 그렇죠. 이제 지하의 관로를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로 다 쓰레기가 이동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 무거운 쓰레기를 이동시키려다 보니까 안에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상당히 세다고요?

◆ 홍수열> 그렇죠. 아파트 전역에 깔려 있는 관로의 길이가 총 연장을 따지게 되면 10km에서 40km까지 되는 곳도 있거든요.

◇ 김현정> 거미줄처럼 막 돼 있군요.

◆ 홍수열> 그런 촘촘하게 깔려 있는 관로에서 공기를 통해서 쓰레기를 운반을 해야 되니까 아무래도 공기의 흡입력이 강할 수밖에 없고요. 작업하시는 분이 투입구에 머리를 넣으시게 되니까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빨려들어갈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흡입력이라는 게 원활하게 이동시키기 위해서 한 70-80kg도 흡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설계가 돼 있다는 건데. 그러니까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 거잖아요. 그래서 뚜껑이 닫혀야만 흡입이 시작되도록 설계는 애초에 그렇게 돼 있다면서요. 그런데 이번에는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그 남성이 내부를 보려고 머리를 넣었다는 건데 어떻게 흡입기가 작동한 겁니까, 뚜껑 열려 있는데?

◆ 홍수열> 그 부분은 아마 안전 실태 조사를 통해서 조금 더 확실하게 결과를 봐야 되겠지만 일단은 정상 가동 상태가 아니라 보수 중이었기 때문에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전력을 가동시켰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설에 사고 방지를 할 수 있는 자동 안전장치들이 2중, 3중으로 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작업 안전 매뉴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매뉴얼을 정상적으로 지키고 있었는지 사전에 교육을 받았는지 사실 확인해 봐야 될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작업자의 부주의였다’ 하면 상황이 조금 더 단순해질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장이 난 상태에서 머리를 넣었더니 흡입기가 작동한 거다.’ 이러면 이거는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요. 왜냐하면 저희가 취재를 쭉 해 보니까 이 크린넷은 이 별내신도시, 이 사고 난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고장이 상당히 잦기로 유명하더라고요. 주민들이 고장난 상태인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던데 맞습니까?

◆ 홍수열> 지금 자동 집하 시설, 크린넷이라고 하는 것이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돼서 유럽이나 이런 쪽에서 많이 활성화된 시설이거든요. 그래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통해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운반하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외국에서 개발됐던 이 관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가능성들을 갖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좀 우리나라에서 이게 유독 굉장히 고장이 굉장히 자주 일어나고. 고장이 현재와 같이 수시로 너무 잦은 빈도로 일어난다 고 하는 것 자체가 일단은 작업자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잠재적 배경들이 되는 것이고요. 평상시에도 주민들이 배출할 때 일어날 수가 있는 거고요. 특히 아이들이 배출할 때 특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 김현정> 안전 관리 기준 같은 거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 홍수열> 이게 좀 애매하게 되어 있는 거죠. 폐기물 관리법에서는 이 자동 집하 시설이 폐기물 처리 시설로 전혀 분류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와 관련된 설치 기준도 없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관리 기준도 없어요.

◇ 김현정> 그러면 아예 그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네요, 크린넷이라는 시설은?

◆ 홍수열> 그렇죠. 민간에서 그냥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되는 그런 시설이지 외부에서 공공기관에서 점검하고 관리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닌 거죠. 법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는 거죠.

◇ 김현정> 또 하나 저는 걱정인 게 이게 지하로 거미줄처럼 관을 뚫어가지고 쓰레기 집하장까지 이동시키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뭔가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거기서 계획적으로 허가를 해서 ‘여기다 이렇게 관을 뚫어라’ 이렇게 해 주는 식이 되어야 되는데. 마구잡이로 이 동네 설치하고, 저 동네 설치하고 이러다 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지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가?

◆ 홍수열> 그러니까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을 해 봐야 되겠죠. 지진이나 싱크홀과 같은 자연 재난이 발생을 해서 관로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교체를 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장기간 사용을 하다 보면 아마 관로가 노후화되면서 관로를 교체해야 될 상황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크린넷
◆ 홍수열> 그랬을 때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가라고 하는 문제와, 또 노후화된 관로를 교체를 해야 할 경우가 발생을 했을 때 누가 비용을 교체를 할 것이냐. 교체를 못한다고 했을 때 그럼 쓰레기는 계속 배출되는데 수집을 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 경우에 이 쓰레기의 정상적인 수집이 될 수 있도록 이런 부분에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 김현정> 순수 민간 시설로 어떤 법적 규정도 없고 그냥 편리하자고 설치해 놓고 나서 나중에 주변 지형에 영향을 줄 문제. 혹은 관이 노후화됐을 때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면 이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의 문제는 지금 해결이 안 된다. 뾰족한 대책이 없이 설치하고 있다. 이 말씀이신 거예요.

◆ 홍수열> 네.

◇ 김현정> 제가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200만 세대가 이 크린넷을 전국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신도시 지어질 때마다 이 시설들을 많이 도입을 했는데 이게 무슨 주민 복지용 운동 시설 설치. 이 정도 차원이 아니라 일종의 쓰레기 이동 인프라를 구축하는 상당히 큰 규모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명확한 규정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굉장히 빨리 들여올 수 있었던가? 저는 그 부분이 좀 희한해요.

◆ 홍수열> 마치 하나의 유행처럼 갑자기 번지기 시작을 했는데요. 갑자기 이렇게 탄력을 받아서 확산된 시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스웨덴을 방문하고 그 스웨덴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 집하 시설을 둘러보고 난 이후에 신도시 개발에서 집중적으로 선택이 되기 시작을 했거든요.

◇ 김현정> 스웨덴에 이명박 대통령이 가가지고 이 시설을 본 다음에 이거 좋다 하고 난 다음부터 신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도입이 됐다?

◆ 홍수열> 업계 로비가 활발하게 작동을 하지 않았을까. 일종의 이것도 하나의 사회적 인프라로 볼 수 있는 건데 안전장치의 마련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제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도시에 지금 우후죽순처럼 들어오고 있는 크린넷 시설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번 사고를 통해 별내 크린넷 사고대책위원회가 어제 꾸려졌고요. 남양주시에서는 대형 투입구들. 지금 문제가 된 이 대형 투입구에 대해서는 운영을 아예 임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대책들을 세워가야 될까요?

◆ 홍수열> 그러니까 우선적으로는 전국적으로 크린넷 시설들에 대해서 안전 점검을 확실하게 다시 한 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제도적으로 시설의 설치와 관리와 관련된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크린넷 시설 분명히 굉장히 편리하고요. 선진 시설임에도 분명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고장과 사고의 위험성을 내재한 채 계속 이렇게 확대 운영해도 되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성찰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소장님, 고맙습니다.

◆ 홍수열>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까지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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