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못들어갑니다" 곳곳 실랑이..미계약 추첨 현장 '아수라장'

2018. 4. 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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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가방에 신분증 몇 개 있는지 뒤져볼까요? 입장 안 됩니다."

추첨은 입장객 1명당 번호를 하나씩 주고, 무작위로 선택된 번호의 입장객이 당첨되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달 경기도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미계약 물량 추첨장에서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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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 아이파크’ 추첨장 르포
떴다방 버젓이…사실상 전매
대리당첨 수천만원 웃돈 횡행
대행사 "추가 확인해 업자 걸러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내 신분증으로 들어가겠다는데 왜 안돼요?”

“아줌마 가방에 신분증 몇 개 있는지 뒤져볼까요? 입장 안 됩니다.”

25일 오후 1시 서울 삼성역 인근 ‘논현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 분양대행사 직원과 ‘떴다방’ 업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직원들이 입장객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자 업자 여럿이 쫓겨났다.

[사진설명=25일 정오 무렵 서울 지하철 삼성역 인근 ‘논현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에 수요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열 왼편에 줄을 서지 않은 이들 상당수는 부동산 업자들이다.]

이날은 이 아파트의 미계약 잔여 물량 추첨이 있었던 날이다. 전체 물량(99가구)의 25% 가량이 미계약으로 나왔다.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해 ‘당첨되면 로또’라 평가받은데다, 청약 자격에 제한이 없어 평일임에도 수백명이 몰렸다. 그만큼 떴다방 업자들도 모였다. 업자들은 지하철역에서부터 진을 치고 버젓이 호객했다.

한 업자는 기자에게 “2200만원 주면 당첨받게 해 줄 수 있는데 관심 있느냐”고 제안했다.

다른 업자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흥정해야 된다”고 조언하며 “1500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는 “영업 다 해놓았는데 손님 가로채 간다”며 업자 간에 실랑이가 붙기도 했다.

공정해야 할 추첨에 업자들이 몰린 것은 추첨 방식이 허술해서다. 추첨은 입장객 1명당 번호를 하나씩 주고, 무작위로 선택된 번호의 입장객이 당첨되는 방식이다. 1인1표제여서 지인을 많이 동원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서 업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고용해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확률을 높인다. 당첨권은 그 자리에서 수천만원을 받고 실제 수요자에게 팔린다. 서울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는데, 전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실제 기자 뒤에 줄을 선 두 여성은 “저 아르바이트생인데요. 모이는 장소가 어디죠?”라고 통화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앞서 지난달 경기도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미계약 물량 추첨장에서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

한 업자는 당시 현장에서 ‘당첨권을 5000만원에 팔았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물론 정부나 분양대행사에서 수수방관한 것은 아니다. 대행사는 입장 시, 가계약 시, 정계약 시 당첨자의 신분을 확인하는데, 세 차례에 걸쳐 확인된 신분이 서로 같거나 주민등록등본 상 가족이어야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당첨돼도 양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강남구청에서도 감독을 위해 현장에 나왔다.

문제는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는 않는 데 있다. 입구에서 몇명 걸러졌지만 추첨장에는 무수한 업자들이 공공연히 일당과 작전을 짰다.

기자에게 ‘2200만원’을 제안했던 업자의 일행 두 명이 당첨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약이 가능하냐” 물으니 “쉽지는 않은데 통과시켜 준다. 1000만원(가계약금) 입금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는 “정부가 단속 나왔으니까 앞에서는 신분증 확인하고 무섭게 하지만, 대행사야 계약자가 누구건 팔리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뒤에 가면 그냥 다 해준다”라며 “저 쪽에도 지금 돈받고 넘기고 있네”라며 추첨장 구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무리를 가리켰다.

한편 기사가 나간 후 대행사 측에서는 '입장 시, 가계약 및 정계약 시 여러차례 신분 확인을 통해 부동산 업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걸러냈다'며 "명의변경을 요구하는 사람과는 계약을 맺지 않았고 예비당첨자에게 물량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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