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탈코르셋] ②노브라에 안경까지..대중문화 속 여성의 변화

2018. 4. 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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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쓴 지상파 최초의 여자 아나운서 임현주(사진=MBC 뉴스 캡처)



동화 속 공주와 미녀를 떠올려보자. 풍성하고 결이 좋은 긴 머리, 잘록한 허리와 볼록한 가슴을 강조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먼저 상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실사판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벨 역으로 출연한 엠마 왓슨은 디즈니 공주 코르셋을 거부했다. 진취적인 여성으로 나오는 벨에게 여성의 몸을 제한하는 코르셋은 어울리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엠마 왓슨뿐만 아니다. 여성운동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여성을 억압했던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사회 속 여성들의 미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대중문화 속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뉴스에서 안경을 쓰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안경 하나 쓴 것 가지고 뭔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상파 여성 아나운서 최초로 안경을 썼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뉴스를 진행할 때 안경을 쓰지 말라는 규제는 없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안경을 쓰는 것을 금기시 되어 왔고 단정한 외모를 보여주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반면 남성 아나운서에겐 어떠한가. 대표적인 남성 앵커인 JTBC 손석희 사장만 보더라도 안경은 트레이드마크다. 현대 사회에서 안경은 시력 교정을 위한 도구지만 여성들에겐 미용 도구로 인식되어져 왔다.

안경에 대한 인식은 드라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여성 캐릭터에게 못생긴 설정을 더할 땐 안경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곤 여성이 외적으로 변신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 것이고 이를 본 남자 캐릭터는 반하는 식의 설정이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서 줄기차게 봤던 클리셰다. 여성 앵커의 고정관념을 탈피를 시도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에 “ 매일 렌즈를 끼느라 인공눈물을 달고 살아 눈이 아팠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관행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노브라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한 드라마 속 여성(사진=이번생은 처음이라 캡처)


현대판 코르셋인 브래지어를 벗어 던진 노브라에 대한 인식도 다양화 되고 있다. 노브라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은 설리다. 예능에서 설리의 노브라를 두고 토크를 나눈 것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화제였는지 느껴진다. 설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 모습을 공개했는데 노브라 차림이 대중의 시선을 잡았다. 초반엔 연예인으로 단정치 못한 행동이라 지적하고 설리를 관종 취급하는 반응이 많았다면 점차 노브라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인지하는 입장이 늘어났다.

언급조차도 조심스러웠던 노브라는 이제 드라마에도 등장하고 예능에서 실험에 토론까지 하는 주제가 됐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김선아는 감우성과 동침을 하며 “노브라다. 평상시엔 알몸으로 잔다”며 유혹했다. 지난해 방영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선 노브라로 출근한 여성(이솜)을 두고 남직원들은 내기를 하고 여직원들은 수군거리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 여성은 성희롱한 남직원에게 사이다를 날리며 노브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일침을 가한다.

'까칠남녀' 박미선(사진=EBS)

예능은 좀 더 과감하게 드러낸다.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선 공개 노브라 이슈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온스타일 ‘바디 액츄얼리’에선 노브라 실험 카메라를 진행해 노브라에 대한 남녀 인식을 살펴봤다. EBS ‘까칠남녀’에선 MC인 박미선이 노브라로 방송 녹화에 임하고 남성 패널이 브래지어를 직접 착용해 체험해보기도 했다.

사회적 인식은 확실히 달라졌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색, 계’에서 탕웨이는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았고 개봉 이후에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 때문에 깼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성에게 겨드랑이 털은 개그 소재로도 번번히 사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은 겨드랑이 털 때문에 뭇매를 맞았다. 예고편에서 원더우먼은 제모를 한 듯한 겨드랑이를 자랑하는데 네티즌들은 아마존 여전사가 털 하나 없다는 설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10년 사이 여성에 대한 시선이 점차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가 해야하는 역할도 여기에 있다.

제모한 원더우먼으로 논란이 된 갤가돗(사진=원더우먼 예고편 캡처)


이에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에 여성이 어떻게 비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대중문화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풍습에 대단히 큰 영향을 준다 . 그동안 방송에서 안경이 금기시 된 측면이 있었는데 특히 심했던 게 여자 아나운서였다. 그게 깨지면서 일단은 TV에 나오는 여성들이 보다 자유롭게 안경을 쓸 수 있다.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작게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황소현 활동가도 “기존의 남성중심 사회에서 강요받던 것에서 탈피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기회가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일상 속에서도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보고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더라도 이런 여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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