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국제핵융합실험로 구축 난제 한국이 풀었다

2018. 4. 26. 0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인공태양용 초대형 진공용기 기초구조물 첫 제작
- 2021년 모든 진공용기 구조물 완성, 핵융합로 상용화 청신호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일명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로는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인 핵융합반응을 이용해 향후 전기 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핵융합에너지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연료가 거의 무한하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나 심각한 사고 위험 없는 안전한 미래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진공용기 구축이 핵심= 오는 2025년 첫 번째 실험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ITER 장치는 회원국들이 장치 건설에 필요한 조달품목들을 직접 개발·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ITER 장치에 들어가는 핵심 품목 10가지의 개발과 제작을 맡고 있다. 그 중 진공용기는 핵융합로에서 실제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플라즈마를 담는 공간으로 ITER 사업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장치로 꼽힌다. 총 높이가 30m에 이르는 대형장치인 ITER의 가장 중앙부분에 위치하는 진공용기는 높이 13.7m, 무게 5000톤에 달한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전경 [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이 거대한 장치 내부를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로 만든 뒤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 만큼 진공용기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 난이도는 매우 높다. 또한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발생하는 중성자의 1차 방호벽일 뿐 아니라, 핵융합로의 내벽구조물을 지지해야 하는 기초구조물이라 더욱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진공용기의 기초구조물에 해당하는 36개 세그먼트 중 첫 번째 세그먼트가 한국에서 완성돼 국제 핵융합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초대형 진공용기 제작의 난제를 가장 먼저 돌파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4개의 섹터 제작 기술력 입증= 도넛 모양의 원통 형태인 ITER의 진공용기는 9개의 대형 섹터로 나누어 제작된다.

당초 우리나라는 그 중 2개 섹터의 제작을 맡았지만, 2016년 당초 유럽연합이 맡고 있던 2개의 섹터를 추가로 수주한 상태다. 또한 ITER 국제기구는 한국과 EU, 러시아 등 3개국 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진공용기의 적기 완성을 위해 특별 전담 조직인 진공용기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총괄 책임자 역시 ITER국제기구에 파견 근무 중인 한국인 연구자 최창호 박사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진공용기 설계와 제작을 통해 얻은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이러한 높은 기술력은 진공용기의 기초구조물 중 첫 번째 조각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완성하며 더욱 인정받게 됐다. 진공용기의 각 섹터는 4개의 조각(segment)으로 나뉘어 총 36개 조각으로 제작되는데, ITER 진공용기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될 첫 번째 조각이 우리나라에서 완성됐다. 

초대형 진공용기를 구성하는 부품 중 하나인 격벽차폐체를 연구진이 육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전례가 없던 초정밀 초대형 장치를 제작하는 만큼 ITER 진공용기 제작에 요구되는 성능조건과 검증의 과정은 험난했다. 제작에 착수한 지 7년여 만에 첫 결실을 거둔 국가핵융합연구소 진공용기기술팀과 현대중공업은 설계상의 복잡한 3차원 형상과 이중벽 구조를 정밀한 치수에 맞춰 제작하는 게 가장 벅찬 과제였다고 밝혔다. 60mm 두께의 스테인레스강 소재 내벽에 수많은 내벽 부품을 촘촘하게 조립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성형이 요구된다.

특히 대형 장치를 제작하는데 있어 용접부가 100% 완전하다는 기술적 검증이 필요했는데 통상적인 비파괴검사 기술로는 이중구조의 경우 접근경로가 제한되기 때문에 진단과 측정이 무척 어렵다.

정기정 ITER 사업단장은 “전례가 없던 초정밀 초대형 장치를 제작하는 만큼 요구되는 성능조건과 검증의 과정 역시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설계상의 복잡한 3차원 형상과 이중벽 구조를 정밀한 치수에 맞춰 제작하는 것이 가장 벅찬 과제였다”고 말했다.

핵융합연구소와 현대중공업 기술진은 ITER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기술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산해석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뿐 아니라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시험하며 본품 제작에 대비했다. 또한 본체의 주요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비파괴 검사 기술인 PAUT(Phased Array Ultrasonic Test), 초정밀 내시경장치를 이용해 내부의 용접부 치수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RVE 기술 등 새로운 검증 기술들도 개발했다.

이번에 완성된 조각 외에 나머지 3개의 세그먼트 역시 80% 이상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핵융합연구소와 현대중공업은 연내 첫 번째 섹터의 조립 완료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내년 2월 ITER장치가 건설되는 프랑스로 운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정 단장은 “첫 번째 ITER 진공용기 섹터의 완성은 ITER 장치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ITER은 2025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맡고 있는 모든 진공용기 구조물을 2021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