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샀다 3억 날린 40대 "공짜 정보는 믿지 마라"

한상혁 기자 2018. 4.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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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잣돈 3억원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보던 A(49·여)씨.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경전철역 주변 B 상가의 분양 조건에 마음이 끌렸다. 지상 1층 전용면적 39㎡로 분양가는 5억5000만원이었다. 분양회사는 이미 편의점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50만원에 입점할 예정이어서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물건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만약 소유권 등기 이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분양회사가 2년 동안 임대수익률(연 7%)을 보장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결국 그는 자기자본 3억원과 대출금 2억5000만원으로 상가를 분양받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조선DB


저금리와 주택 시장 규제 영향으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규 분양 상가는 투자에 앞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출간한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에서 수익형 부동산의 허위·과장 정보와 돈이 되는 진짜 정보를 구분하는 요령을 제시했다.

■임대수익 보장한다더니…“억울하면 소송해”

A씨는 상가를 분양받은 후 성공에 도취해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분양계약서를 살펴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됐다. 임대수익률(연 7%)을 보장해 준다는 문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것. 분양회사에 확인했더니 “계약서에는 명시해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분양회사에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해약은 절대 불가하고, 원한다면 소송을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분양회사의 끈질긴 설득과 소송에 따른 복잡함이 싫어 결국 계약을 유지했고 상가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도 마쳤다.

수도권의 한 상가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조선DB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당초 약속했던 편의점은 들어오지 않았다. 2년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대출금 이자와 관리비만 쌓여갔다.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던 분양 회사는 책임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혈압약을 먹어가며 버텼다. 준공 3년 6개월만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가까스로 임차인을 구했다.

A씨는 손해를 보더라도 상가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분양가 대비 2억8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상가를 팔았다.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면 3억원 넘게 손해봤다.

■넘치는 허위 정보…신규 상가는 조심해야

고준석 센터장은 “분양 회사가 불가능한 수익률을 ‘가능하다’고 속여 분양하면 법적으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처럼 은행 금리의 몇 배가 넘는 수익률을 제시하면 일단 의심하고 따져보는 것이 좋다. 과대 선전이나 광고에 의한 상가 분양계약은 취소 가능하다. 분양회사가 해약해 주지 않으면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분양자가 과장 광고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사기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가 분양시 조심해야 할 광고 문구들. /땅집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상가의 진짜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많은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한다. 쉽게 접하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분양 회사가 말하는 ‘도로가 뚫린다’ ‘공장이 들어선다’ ‘신도시가 개발된다’ 등의 정보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신규 분양 상가는 불확실성이 높다. 주변에 주거·업무 시설이 어떻게 들어서며, 임대료가 얼마나 나올 지 알 수 없어 분양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신도시 상가 상당수가 수년이 지나도 목표 수익률을 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좋은 상권은 서류나 광고에는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 상가 건물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 있다. /조선일보DB


A씨는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상권 공부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여러 상권을 돌아본 끝에 전형적인 아파트 상권에 있는 지상 2층 구분상가(전용면적 250㎡)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병원이 영업하는 상가였고 늘 환자들이 북적대는 곳으로 소문났다. 30명 넘는 상가 소유자끼리 단합이 잘 돼 업종 중복이 되지 않도록 제한도 두고 있었다.

통상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업종을 변경할 때 기존 업종과 중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도 수분양자 상호간 약정에 의한 업종 제한은 사적 자치에 속하는 사항으로 유효하다. 주민 생활 편의를 도모하고 동일 업종 난립을 막아 최소한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7억5000만원을 들여 상가(보증금 1억5000만원, 대출금 8000만원)에 투자했다. 1년 5개월 동안 매달 150만원의 임대수익을 얻었다. 동일 업종 제한 덕분에 상가는 잘 돌아갔다. 현재 재건축 후 새로운 임차인(소아과)에게 임대(보증금 1억원, 월세 200만원)를 준 상태다. 임대수익률은 연 6.4%에 달하고, 상가 시세도 3억원쯤 올랐다.

고 센터장은 “A씨는 실패를 경험한 이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기에 가능했다”면서 “좋은 상권은 광고나 서류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현장을 탐방하면서 진짜 정보를 식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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