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GM '미래차' 한국서 안 만든다

구교형·임지선 기자 2018. 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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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산업부, 장기투자 담보 요청에
ㆍ“전기차 등 수익 안 나서 불가능”

GM이 장기투자를 담보하기 위해 ‘미래형 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해달라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상대로는 종전 제시액보다 많은 ‘5000억원+α’에 해당하는 신규 투자를 요구 중이다.

GM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25일 “GM에서 ‘도저히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지엠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GM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 중인 전기차는 연간 2만5000대 규모이고 국내에서 팔리는 게 5000대 수준인데 생산·조립 라인을 인천 부평공장이나 경남 창원공장에 만들어봐야 현재 시장 규모에 비춰볼 때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전기차가 당장 수익을 올리는 차종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차 분야의 신기술 투자를 확대 중인 GM의 변화상과 배치된다. 지난해 11월 GM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전기차 사업비전’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20개 차종의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고 2026년까지 연간 100만대를 팔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백운규 장관도 지난 12일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과 신기술 투자에 따른 조세 감면의 전제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같은 ‘신성장 기술’에 대한 투자계획 제출을 GM에 요구했던 것이다.

GM은 신차 2종을 한국에 배정하겠다는 것 말고는 당장 구체적으로 수익을 올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당국은 GM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거부)권 확보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GM이 미래차 생산에 주력하면서도 한국에 이식하지 않는 것은 당장 100% 전기차만 팔 수 없으니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만 자투리에 해당하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일시적으로 한국에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미래’에 회의적인 미 본사

GM, 미래차 생산 거부 이유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생산의 선두주자 격인 GM이 국내에서 ‘미래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지엠의 장기 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메리 바라 GM 회장은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고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2014년 1월 취임한 바라 회장은 지난 3년여간 5개국 13개 공장의 문을 닫았고, 그 돈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쏟아부었다. 가용 자원을 신기술에 집중 투자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시장과 판매가 감소하는 차종은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거듭 ‘신기술 도입’을 요구한 것도 GM의 글로벌 전략을 염두에 둔 조치다. GM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각 1종씩의 신차 배정을 공언한 가운데 미래차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먹튀’ 우려가 일거에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백 장관은 노사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지난 6일 부평공장을 방문할 때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EV’를 타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GM이 산업부에 제출한 외투지역 신청서에 미래차에 대한 언급은 창원공장에 배정할 신차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라고 기술한 대목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가 마뜩지 않아 하자 GM은 미래차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겠다고 역제안한 상태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에는 GM이 한국지엠에 투자하는 ‘뉴머니’ 성격의 자금을 종전 3조원에서 최대 4조원까지 늘릴 테니 산은도 기존 5000억원이던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 중이다.

전기차 집중 글로벌 전략에도 한국에는 ‘자율주행 접목 CUV’ 배정 유일 산업부 불만 보이자 “R&D 비용 늘리겠다” 자금 투자 늘리라고 역제안 산은 “10년 확약·비토권으로 먹튀 방지”…이르면 내일 금융지원 MOU

금융지원의 키를 쥔 산은은 GM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기차는 현재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며 “한국에 상당한 수준의 생산량이 배정되려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또 산은은 GM으로부터 최소 10년 이상 한국에 남겠다는 확약을 받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비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 ‘먹튀’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는 행위 등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산은에 거부권을 주면 충분히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GM은 2011년 호주 정부에서 10억달러를 지원받으며 2022년까지 철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서도 지난해 10월 이런 약속을 깨고 현지공장 폐쇄를 단행한 전례가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산은은 이르면 27일 GM과 금융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2018 베이징 모터쇼’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의 방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암만 사장은 GM 내부적으로 대정부 협상 창구였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보다 한 끗 위로 평가받는다. GM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콘퍼런스콜을 진행, 한국지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구교형·임지선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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