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정책' 허문 오거스타..LPGA는 오히려 딜레마?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아니면 LPGA에 또다른 고민 거리를 안길까.
마스터스를 여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1933년 문을 연 뒤 남성에게만 회원 가입을 허용해 한동안 ‘금녀의 공간’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8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사업가 달라 무어 등 2명의 여성 회원을 처음 받아 '금녀'의 벽을 깼다. 그리고 지난 5일엔 오거스타 내셔널의 새 의장을 맡은 프레드 리들리가 "내년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열겠다"고 해 큰 주목을 받았다. 리들리는 "골프의 성장과 여자 골프 발전을 위해서 개최하겠다"면서 해당 대회를 마스터스가 열리기 한 주 전에 열겠단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같은 오거스타의 계획에 미국 골프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골프채널은 지난 24일 "오거스타가 LPGA를 더 강하게 만들 힘을 가졌다"는 컬럼을 통해 "이번 계획은 새로운 흥미를 불어넣는 걸 넘어 여자 골프의 성장을 가져다주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티 커(미국)는 "이번 오거스타 내셔널이 내놓은 방안이 여자 대회의 투자 가치를 일꺠우는 협력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자 선수들 사이에선 '아마추어 선수들이 부럽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렉시 톰슨(미국)은 "여자 선수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오거스타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했고,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은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마음은) 아마추어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오거스타에서 경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투심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LPGA 입장에선 마냥 좋아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해당 대회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릴 시기와 맞물린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선 예선격의 대회를 통해 아마추어 선수들에도 출전 기회를 줬다. 그러나 내년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에서 아마추어 챔피언십이 열리면 이 곳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거 몰릴 공산이 크다. 이 경우, ANA 인스퍼레이션은 일정을 바꿔야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작정) 날짜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1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일정 변경에 관한 결정은 파트너사들과도 연결돼 있다. 선택권은 제한적"이라고도 밝혔다. 골프위크는 "LPGA와 오거스타 내셔널이 서로 경쟁하는 것을 막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LPGA 구성원들은 장기적인 성장에 무엇이 최고인지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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