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一家 캘수록.. 관세청도 '검은 공생'

최규민 기자 2018. 4.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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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배정 청탁' 메일 공개되고 밀반입 묵인했다는 증언 쏟아져
관세청, 셀프 내부감찰 나섰지만 "누가 누굴 조사하나" 비아냥 나와
경찰, 이르면 내주초 조현민 소환

대한항공이 인천본부세관 직원의 청탁을 받아 좋은 좌석을 배정해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세청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명품 등을 상습적으로 밀반입하는 데 세관 직원들이 묵인 또는 협조를 해주고, 세관 직원들은 그 대가로 향응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물컵 갑질' 사건이 항공사와 세관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제보용 단톡방을 개설하는 등 조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셀프 조사'라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 대한항공 측에 각종 청탁 의혹

전날 공개된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 차장은 좌석 배정 담당 직원에게 "인천공항세관 감시과장으로부터 받은 요청"이라며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일행 4명의 좌석을 일반석 맨 앞줄 넓은 자리로 옮겨줄 것을 지시했다. 좌석 담당 직원은 이틀 뒤 "요청 사항을 반영했다"고 답신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메일에 비행기 행선지와 날짜가 특정돼 있어 탑승자와 청탁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를 제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만든 익명 단톡방 등에는 이 밖에도 세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을 폭로하는 증언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패밀리(조 회장 일가) 짐은 그냥 입국장 통과다. 세관 직원과 눈짓을 주고받고 그냥 통과한다" "큰 짐은 직원 전용 통로의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하기 어려워 일반 입국장을 통해 나가는데, 이때 세관 직원들이 검사 없이 통과시켜 준다"는 것 등이다.

◇"누가 누구를 조사하나" 냉소도

세관 직원들은 그 대가로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거나 식사·술 접대를 받는 등 사실상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몰래 반입한 고급 양주를 세관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연말 송년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마셨고, 이런 접대 자리가 종종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총수 일가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자 관세청 인천세관본부도 메신저 대화방을 만들고 제보 수집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세관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인천세관이 개설한 제보방에는 "누가 누구를 조사하느냐"는 냉소 외에 구체적인 제보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대한항공 직원용 단톡방에서는 "세관 당국을 믿을 수 없으니 협조하지 말자"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검찰이나 경찰이 항공사와 세관의 고질적인 유착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경찰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르면 다음 주 초 조 전 전무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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