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치된 여의나루 한강변

이벌찬 기자 2018. 4. 26.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흉물 유람선·쌓인 쓰레기·낚시꾼들 흡연..
시민들 "냄새나고 지저분한데 서울시는 뭐하나"
市, 불법에 과태료 거의 안 물리고 주의 조치만

매년 1000만명이 찾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강변(江邊)이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선착장의 폐쇄된 유람선은 현수막으로 도배돼 흉물이 됐고, 20~30m마다 쓰레기 무덤이 솟아 있다. 1.3㎞ 강변을 따라 낚시꾼들이 줄지어 앉아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지난 18일 딸(4)과 함께 공원에 나왔던 한 시민(32)은 "여기는 지저분해서 안 되겠다"며 잔디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관리 소홀에 신음하는 한강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가장 가까운 강변 선착장에는 유람선 '한강아라호'가 폐쇄된 채 방치돼 있었다. '서울시 갑질 총탄에 침몰' 등 문구의 현수막들이 배 곳곳에 걸려 있었다. 관리자 없는 유람선 앞 광장은 쓰레기장이 됐다. 매표소 옆 손수레엔 전단이 수북하게 쌓였고, 간이 부스는 뼈대만 남았다. 광장 옆의 여의나루 수상택시 승강장은 간판이 찢겨 있었다. 유람선 앞 공터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김상호(21)씨는 "지난해 봄에는 강변에도 시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관객 없이 공연하기 일쑤"라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정박된 유람선‘한강아라호’에‘서울시 갑질 총탄에 침몰’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결 다리엔‘끝까지 투쟁’이라는 스프레이 글씨가 적혀 있다(왼쪽 사진). 유람선 운영 업체가 서울시와 법적 갈등을 빚은 탓이다. 강변에선 낚시꾼들이 입질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운데). 유람선 옆의 수상택시 승강장 간판이 흉하게 찢겨져 있다. /성형주 기자

유람선은 시의 소유다. 지난달 31일 임대업체와 계약이 종료됐지만, 업체는 "시가 우선 매각권을 주기로 한 약속을 깼다"며 배를 점유하고 있다. 시는 이달 초 임대업체를 상대로 명도 소송을 냈다. 시 관계자는 "유람선 주변 관리도 임대업체 소관인데 계약이 종료되면서 방치됐다"고 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강변은 흡연 낚시꾼들의 아지트가 됐다. 여의도 유일의 한강 낚시터지만, 지난해부터 조선족이 주로 찾는 곳이 됐다. 지난 18일 원효대교~한강철교 강변에는 조선족 30여 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웠다. 이들이 바닥에 버린 담배꽁초와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 등이 뒤섞여 역한 냄새가 났다. 한강에서 낚싯대는 3대까지 쓸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4~6대의 낚싯대를 가져온다. 낚시 금지 구역에도 들어간다. 원효대교와 한강샛강공원을 오가며 불법 낚시하던 조선족 최모(48·영등포구)씨는 "단속에 걸려도 별말 안 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신길동·신대방이 이곳과 가깝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외국인이라 흡연이나 쓰레기 투기를 제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양화대교 아래서 만난 낚시꾼 박모(42)씨는 "강변이 어지럽혀지는데도 시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시는 관리엔 소홀하면서 개발만 추진

여의도 한강공원 강변이 신음하고 있지만, 시는 관리에 소극적이다. 공원에는 청원 경찰 10명, 쓰레기 투기·불법 낚시 등을 단속하는 직원 8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한 번에 투입되는 인력은 4~6명 정도다. 인력이 적다 보니 불법 행위를 봐도 과태료를 물리지 않고 주의만 주고 떠난다. 지난해 시는 한강 불법 낚시 1만9641건과 쓰레기 투기 6474건을 적발했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각각 13건과 8건에 그쳤다. 공원 청소는 24명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다. 나들이객들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는 청소 인력이 아예 없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워낙 많이 찾는 곳이라 단속·청소 인력을 아무리 투입해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을 내년 말까지 1931억원을 들여 '종합 수변(水邊) 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면 내년 말에 여의도 한강공원 강변이 수상 교통 이용, 레저·문화 활동이 모두 가능한 통합 선착장이 된다. 현재 설계 단계이며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간다.

한강에서 만난 시민 박모(28)씨는 "아무리 시가 최신형·대규모 시설을 한강에 만들어도 관리 대책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으면 시민은 외면하고 세금만 낭비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