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 실전 투입" 新야생마 조련하는 名야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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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매 등판 5이닝을 넘기며 완연한 선발투수로 거듭난 임찬규(26), 개막부터 LG 선발의 한 축을 맡아 평균자책점 3.71로 호투 중인 김대현(21), 24일 선발 데뷔전을 치른 손주영(20), 25일 2016년 데뷔 시즌 이후 2년 만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배재준(24)까지. LG를 대표하는 '영건'이라는 것 말고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2015년 말 피칭아카데미 설립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 이 코치는 매해 유망주 투수들을 '경기 투입이 가능한 선수'로 만들어 2군, 1군으로 올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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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안 보고 싶어요. 봐서 뭐해요. 1년 봤으면 됐지. 갈 길 생겼으면 가면 되지 뭐. 옛날 건 추억이고 지금은 현실이니까….”
2015년 말 피칭아카데미 설립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 이 코치는 매해 유망주 투수들을 ‘경기 투입이 가능한 선수’로 만들어 2군, 1군으로 올려 보낸다. 선수들과 만나자마자 그가 하는 말은 “나랑 1년 이상 같이 있지 말자”다.
“이제 같이 연습할 이유 없는 것 같다, 이러면 공 하나 쥐여주고 보내는 거죠. 더 넓은 세상으로. 근데 그렇게 떨어져 나가면 다들 잘해요(웃음).”
아카데미에는 매해 5명가량의 선수가 입학(?)한다. 이 코치는 약속시간 지키는 것부터 연습 전 ‘볼일’을 마치는 것 같은 기본 중 기본을 먼저 가르친다.
“1군 경기 시작이 6시 30분인데 6시 25분에 화장실 가면 안 되잖아요. ‘연습이 곧 게임이다’라고 생각하고 진행해요.”
스케줄과 연습방법은 선수 개개인마다 다르다. 다만 ‘나는 왜 휴식을 하고 무엇 때문에 이런 훈련을 하는지’를 철두철미하게 설명한다.
아카데미 3기 중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임지섭(23)이다. 개막 직후 첫 선발 등판에서 2이닝 6실점 후 곧바로 이천으로 내려온 그에게 이 코치가 처음 건넨 말은 “너 나 믿어. 나 너 믿을 테니까”였다.
“심신이 다 지쳐 있어서 캐치볼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현재는 팔 스윙만 신경 쓰며 하프피칭까지 온 단계예요. 상체가 괜찮아지면 그때 하체를, 그 후에 상·하체를 합쳐서 할 예정이에요. 올해 안에만 1군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이 코치는 10년 넘게 공을 던져야 할 임지섭에게 지금이 오히려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섭이가 군대 가서 잘했다지만 그건 2군 상대로 ‘텅텅 빈 야구장’에서였고. 1군하고는 360도 다르죠. 적응하려면 본인도 부단히 노력해야죠. 저도 마찬가지고.”
임지섭이 이 코치의 신인 시절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에 대해 묻자 그는 “외모가 닮았으면 행동도 좀 나랑 닮았으면 좋겠어요. 얌전해요. 마운드 올라가면 양아치가 돼야죠”라며 웃었다.
자신의 품을 떠난 선수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늘 “아프지 마라” 한마디뿐이다. “그 말을 까먹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중요한 건데. 아프지 말고 공 던지기, 그게 다예요.”
이 코치의 유니폼 바지 뒤춤에는 두꺼운 핑크색 수첩이 하나 꽂혀 있다. 1년마다 새로 장만한다는 수첩은 올해도 새로 만난 선수들의 투구 상황들로 채워지고 있다. 겉면에는 18.44와 47이라는 숫자가 굵은 매직으로 쓰여 있다.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18.44m)와 이 코치의 등번호(47번)다. ‘아프면 투수가 아니다. 18.44m 거리에서 공을 던져야 투수다’라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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