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구속 한달인데 .. 김경수 수사 속도 못내는 경찰

한영익.김영민 2018. 4. 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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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 조사나 휴대전화 확보 안 해
검·경, 보좌관 압수수색도 시각차
검찰, 자택·사무실 영장 등은 기각
법조계 "검찰이 정권 눈치 보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선 전후 불법적인 댓글 순위 조작이 있었느냐, 김경수 의원이 그런 활동에 연루됐느냐 여부다.”

25일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조작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경찰 수사의 최종적인 목표가 김씨 개인의 일탈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와 달리 드루킹 구속(지난달 25일) 한 달이 지나도록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김 의원과 드루킹이 비밀 메신저를 통해 수차례 대화를 나누고 기사 주소(URL)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직까지 김 의원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물론 휴대전화나 통화내역 등도 확보된 게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김 의원과 드루킹이 주로 비밀 메신저로 대화했다면,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빨리 확보하는 게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의원에 대한 수사 개시는 이날 보좌관 한모씨에 대한 통화내역 확보와 계좌추적에 나선 것이었다. 한씨는 드루킹이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김모(49·필명 성원)씨로부터 지난해 9월 500만원을 받았다가 드루킹 구속 직후인 26일 돌려준 인물이다. 경찰은 한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 30일 오전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 금전거래를 김 의원이 알고 있었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셈이다.

한발 늦은 수사였지만 이마저 압수수색 영장을 두고 검찰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수사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영장 요건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내면서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한씨의 자택·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대부분을 기각하고 통화내역과 금융계좌 영장만 청구했다. 법원은 이날 청구된 영장은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영장 신청의 요건을 갖추지 않아 기각했다’고 밝혔다”며 “통신과 계좌영장은 발부된 것에 비해 자택이나 사무실에 있는 집기나 물건을 상대로 한 대물영장은 좀 더 강한 강제처분이라고 본 것 같다. 우리는 이 정도면 충분히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이나 계좌에 대한 영장은 나왔기 때문에 기초 조사가 부실했다는 뜻은 아니며, 검찰도 이 부분은 소명이 어느 정도 됐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대부분 기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며 “지금이라도 영장 요건을 충족해오면 법원에 즉시 청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경공모의 살림꾼으로 지목된 ‘서유기’ 박모(29)씨의 경우, 검찰은 경찰로부터 구속영장을 신청받은 당일(18일) 밤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정치자금법이나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있고, 김 의원 보좌관과의 관련성까진 일정 부분 밝혀진 것 아니냐”며 “지금 상황에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중 상당수를 기각한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영익·김영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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